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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아프리카

    버티는 무바라크, 이집트 혼돈 가중될 듯

    11일 대규모 시위…현 체제 강경진압 선회 우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하야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오는 9월까지 권좌에 남아있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자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등 이집트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밤 국영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오는 9월까지 권력을 점진적으로 이양하겠다고 밝히면서 헌법 조항의 일부 수정과 30년 된 비상계엄령을 해제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연설 내용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는 9월까지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며, 비상계엄령 해제도 당장이 아닌 '안보상황을 봐가면서' 해제하겠다는 내용인데다 헌법 조항의 수정 약속도 새로운 게 아니어서 이집트 국민의 실망감을 더욱 커지고 있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의 성지로 부상한 카이로의 타흐리르(해방) 광장에 모인 시민 수십만 명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확인한 뒤 신발을 집어던지는 등 분노를 표출하며 즉각적인 퇴진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 시민은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자 그의 퇴진을 축하하고 시민혁명을 자축하기 위해 저녁 무렵부터 타흐리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가 기대 밖의 성명 내용을 확인하고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그룹들은 이튿날인 11일 카이로 시내 6곳에서 개별적으로 집회를 연 뒤 각각 타흐리르 광장으로 행진하는 '100만 명 항의 시위'를 열 예정이다.

    무슬림의 금요 기도회가 열리는 이날 시위에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 실망한 시민들이 대거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집트 시위 사태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민주화 시위가 전국 노동자들의 파업과 농민·도시빈민의 봉기로 번지고있어 이번 사태가 어떠한 결말로 끝을 맺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이집트 버스 운전사들은 이날부터 버스를 차고지에 세워놓고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파업에 들어가는 등 철도와 철강, 전기, 섬유, 심지어 박물관에 종사하는 직원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근로자 수만 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집트 남부의 아시우트 지역에서는 지난 9일 대부분이 농민인 8천 명의 주민이 카이로로 향하는 도로에 야자나무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불을 지르며 빵 부족의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조기 퇴진의 요구를 거부하고 9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힘에 따라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깨고 강경 진압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시위 사태 이후 실세로 떠오른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의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귀가와 일자리 복귀를 권고했다.

    군 장성을 지낸 정보국장 출신인 술레이만 부통령은 지난 8일 현지 언론사 편집장과 만난 자리에서 현 사태가 이어지면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일부에선 친위 쿠데타 설과 무바라크와 술레이만을 내치는 대신 군의 입지를 보장받기로 군 수뇌부가 합의했다는 설 등 군의 움직임과 관련한 각종 풍설이 나돌고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기 전에 "세계가 이집트에서 펼쳐지는 역사, 변화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며 잔뜩 기대감을 표명했었다.

    하지만, 대국민 연설에서 "외부의 강권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오바마의 기대마저 저버린 무바라크 대통령의 현 체제가 높아가는 시민들의 퇴진 요구 속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온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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