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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등록금 비애 "사립대생은 불효자"

    대학생활 남은 건 수천만원 빚… 軍휴가 때도 시체닦기 알바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각 대학들은 많게는 수 천억원에서 적게는 수 백억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쌓아 놓고 있는 터에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는 치기어린 투정일까? 아니었다.

    사정은 절박했다.

    CBS가 만난 대학생들은 1년에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마련할 길 없어 학자금을 대출받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는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빼앗아가고 있었고 등록금 납부를 위해 대출받은 수 천만원의 대출금은 미래를 옭죄는 또하나의 사슬이었다.

    ■ 4년 동안 2600만원 빚더미

    = 열흘째 촛불집회가 열린 7일 청계광장에서 만난 동국대 4학년 김승민(26·가명)씨는 9학기째 대학을 다니고 있다.

    김 씨가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합격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한순간이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등록금과 생활비를 손수 마련해야 했다.

    목돈이 들어가는 등록금은 매번 학자금 대출로 급한 불을 껐다.

    이렇게 해서 9학기 동안 쌓인 대출금은 2600만원. 김 씨는 이 대출금을 갚기 위해 6년간 무려 26가지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편의점, 세차장, 식당 등에서 알바를 했고 심지어 시체를 닦는 일까지 안해본 일이 없다.

    그는 군대 휴가나와서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자신에 대해 "(일만 하는)개미족 같았다"고 신세 한탄을 했다.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김 씨에게는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친구들과의 경쟁은 불가능한 일. 그렇기에 그의 미래는 불안하다.

    취업의 좁은문을 뚫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그에게 등록금 납부를 위해 진 빚 2600만원은 짐이자 벽 그 자체였다.

    ■ "사립대 진학 죄책감"

    = 이화여대 졸업반인 이현진(23·가명)씨는 강원도에 계신 부모님 생각만 하면 죄책감이 든다.

    자취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고향 근처 대학이나 등록금이 싼 국립대에 진학하라는 부모님의 권유를 한사코 뿌리치고 사립 여대에 진학했다.

    처음 세 학기 동안은 부모님한테 등록금과 생활비를 의존했지만 동생까지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이 씨도 어쩔 수 없이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5학기에 걸쳐 대출받은 원금만 2000만원이다.

    이 금액도 그나마 등록금 감면 혜택을 받고 한 학기 전액 장학금을 받아 최소화한 액수다.

    생활비 때문에 학원강사와 카페 서빙, 전시관 도우미 등 아르바이트에 목숨을 걸다시피했던 이 씨는 장학금을 타기 위해 공부를 하려고 해도 절대적인 시간 부족으로 한계를 느낀다.

    여기에 등록금 내느라 진 빚 2000만원을 생각하면 공부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이 씨는 "한 학기 400여만원에 달하는 비싼 돈을 내지만 교육의 질은 만족스럽지 않다"며 "스펙 한 칸 채우기 위해서 다니고 있다는 자괴감만 든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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