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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가 교직원 채용시험에 친기업 문항들이 포함된 삼성그룹 입사시험 'SSAT'를 포함시키고 있어 진리의 전당인 대학을 기업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성균관대 교직원 채용 시험을 치룬 응시생들 가운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사장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눈에 띠었다.
학문의 상아탑으로 일컬어지는 대학의 행정직에 지원했지만 기업에 취직하는 과정을 거쳐서라는 게 응시생들의 설명이다.
이날 성대 교직원 선발 전형은 삼성그룹 입사채용 시험인 SSAT를 치르는 거였다.
시험에는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해야 한다', '정리해고는 정당하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근간은 대기업 체제다' 같은 문항들이 포함돼 있었다고 응시생들은 전했다. [BestNocut_R]
응시생 이 모(31) 씨는 "답이 'Yes'라는 게 뻔히 보이는 문항이었다"며 "합격을 위해서 출제자의 의도에 맞는 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응시생인 이 모(26) 씨도 "중립적 교육기관인 대학의 직원이 아닌 삼성이 원하는 인재를 뽑으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대학 측도 학교는 하나의 기업이라는 입장이었다.
성균관대 기획조정처 관계자는 "(삼성의) 계열사로 보는 게 맞다"며 "SSAT는 종합백과(사전)적이고, 논리력이 떨어지면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지적이고, 세련된 삼성의 이미지와 부합되는 게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제정의연구소 권오인 부장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과 비영리 교육기관인 대학은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다"면서 "기업의 인재상을 측정하는 잣대를 들이대는 출발점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부장은 또 "학생과 교수를 위하는 대신 기업에 충성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학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지니스 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진리 추구의 장인 '상아탑'이라는 보다 중요한 가치를 잊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의견 역시 귀담아 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