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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정신질환 범죄자 모여 있는 '그곳' 가보니

    [정신질환 범죄 연속기획] ③ 정신질환 앓던 그들, 치료감호소서 노래·기타 연주까지

    지난 6월 75살 노모를 아파트 베란다에 떠밀어 살해한 장 모(40) 씨. 그는 오랫동안 정신질환을 앓아온 '환자'였다. 해마다 정신질환 범죄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재범을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는 전무한 수준이다.

    별다른 죄책감이나 의식없이 자신의 가족과 이웃들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정신질환 범죄자들. 사회는 이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CBS는 정신질환 범죄자의 실태를 네 차례에 걸쳐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시리즈 게재 순서
    1. 재범률 높은 정신질환 범죄자 실태
    2. 정실질환자 범죄 양산하는 교도소
    3. 국내 유일 정신질환 범죄자 치료소 '공주 치료감호소' 가보니
    4. 정신질환 범죄자, 이중 편견에 두 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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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커덕. 열쇠를 돌리니 파란색 철문이 열렸다.

    옅은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쿵쿵쿵. 복도 끝에서 드럼 소리가 들려왔다.

    환자복을 입은 6명이 각각 베이스와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못다핀 꽃 한송이'를 열창하는 보컬의 얼굴이 앳돼보였다.

    지난 23일 충남 공주에 있는 '치료감호소'를 찾았다. 지난 1987년 개원한 치료감호소에는 치료감호법에 따라 정신이상을 이유로 형 집행 대신 치료감호처분을 받은 범법자 1009명이 수용돼 있다.

    치료감호소는 정신이상 범죄자들의 치료와 검찰 등에서 의뢰한 정신감정 업무를 맡는다.

    정신이상으로 인한 심신 미약 범죄자의 경우, 검찰이 치료감호청구를 법원에 신청해 정신감정을 거쳐 입소가 결정된다.

    정신질환 범죄자가 입소하면 한 달 동안의 검사 기간을 거쳐 질환별로 각 병실에 수용된다. 정신과적 약물 치료와 함께 상태가 호전된 수용자를 대상으로 심리극과 합창, 풍물 등의 특수치료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치료감호소 1층의 특수치료실.

    묵향이 은은하게 퍼진 서예실에서 김지명(45.가명) 씨를 만났다. '조'자를 쓰는 김 씨의 손길이 신중했다.

    "가족과 다툼이 있어 여기 오게 됐다"는 김 씨는 "7년 동안 치료 받으면서 이제는 약도 먹고 하다 보니 많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미술 치료와 더불어 옆 작업실에서는 직업 훈련도 함께 진행중이었다. 직업 훈련은 사회성을 기르고 출소 후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의료재활치료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훈련이다.

    2개월 전 도장 작업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박철진(38.가명) 씨가 목판에 분홍색, 파란색 페인트를 꼼꼼히 칠하고 있었다.

    그는 2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환청 때문에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 미수로 복역중이다.

    박 씨는 "밖에 나가서 기술을 사용하고 싶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ㅁ'자로 된 운동장을 지나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병실'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77명이 생활하는 202동 병실 한쪽에 마련된 작은 방에서 7명의 재소자들이 '분노조절 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다.

    화이트보드에 적힌 '분노' '공격'이라는 단어들이 눈에 띄었다.

    재소자들은 자신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상대방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데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나는 바뀌려고 노력하는데 상대편이 받아주지 않아 힘들다"는 한 재소자에게 의료진은 "내가 화를 누르고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합리적으로 전달했다면 충분히 노력을 한 거다"라며 격려했다.

    폭력으로 입소하게 됐다는 또 다른 재소자는 "예전엔 마음대로 성질 부려서 좋지 않았는데 교육 받고 실천에 옮기니까 좋아지더라"며 "여름에도 졸지 않고 두 달 동안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고 자랑했다.

    "다들 평범한 얼굴이죠?" 재소자들의 훈련 과정을 돕던 감호소의 한 의료진이 말을 건넸다. '살인' '방화' 같은 자극적인 기사의 주인공이었던 이들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실제 현재 수용자 중 살인을 저지른 재소자는 301명인 31.6%로 가장 많았고 폭력 136명(14.3%), 강·절도가 133명(13.5%)이다.

    병명별로는 정신 분열이 394명(41.4%)으로 1위였고 알코올 정신 지체 91명(9.6%), 망상 장애 48명(5%)순이었다.

    관계자는 "여기는 구금보다는 치료에 목적을 맞춘 곳"이라며 "밖에서는 편견을 가지고 보지만 치료만 제때 받으면 이들도 일반인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고 많이 후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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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범 치료 절실하지만 누락되는 정신질환 범죄자도 많아"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을 막고 이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치료감호소가 만들어졌지만 모든 정신질환 범죄자가 이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료감호청구 권한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에 검사가 청구를 하지 않으면 치료감호법상 감호소에 올 수 없기 때문이다.

    교도소에서 정신 질환을 얻은 재소자도 감호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법무부 한 관계자는 "교도소는 구금이 목적이기 때문에 치료감호법 취지에 따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모든 범죄자는 교도소가 아닌 치료감호소로 와야 한다"며 "초범 범죄자도 감호소에서 치료를 받아 재범을 막는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치료감호가 끝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치료감호소의 외래 진료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치료감호를 종료한 사람은 출소 후 5년 동안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희망자에 한해서만 진료가 이루어진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BestNocut_R]

    치료감호소 관계자는 "진료를 받겠다고 동의해도 본인이 오지 않으면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다. 치료를 받고 사회로 복귀해도 '시한폭탄'대하는 인식에 좌절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치료받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공주치료감호소 이재우 원장은 "사회에서 볼 땐 여기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멀리해야 할 사람이라고 보는데 그런 인식을 고쳐야 한다"며 "이들을 치료해 사회에 복귀시키려고 세금을 들여 치료감호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회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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