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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10년 쌓은 공든탑, '현병철 2년에' 무너지나(종합)

사건/사고

    인권위 10년 쌓은 공든탑, '현병철 2년에' 무너지나(종합)

    "정권의 부침에 따라 독립성 위협받는 한계성…인권위 문제는 결국 사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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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년 동안 우리사회의 인권 의식 성숙에 기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2년 동안 급격한 위상 추락과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2001년 문을 열어 오는 25일 출범 10돌을 맞는 인권위는 연령 차별 개선과 장애인 간접 차별 폐지 등 우리 사회 인권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호주제 폐지와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사형제 폐지 권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 권고 등 우리사회의 중요한 인권 의제를 주도했다.

    한양대 법과대학 박찬운 교수는 "인권위가 10년 동안 우리 사회 인권 신장과 인원 침해 감시에 역할을 해 왔다"면서도 "정권의 부침에 따라 독립성 위협받는 한계도 분명 있었다"고 지적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 기관의 인권위 정책 권고 수용률은 반토막이 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 정책 권고의 국가기관 수용률은 40.7%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평균 수용률 69.5%)과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이는 인권위의 권고가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제대로 존중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년 증가하던 진정 건수도 올해 상반기에는 10% 이상 줄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해 진정이 장애인단체들의 집단진정 건수 700여 건이 반영됐기 때문이고 올해는 이 같은 집단진정이 없어 상대적으로 진정 건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은 장애인 차별과 성 차별 등 세간에 많이 알려진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가 새로운 인권 문제를 발굴하고 이슈화하면 관련된 진정이 늘어나게 되는데, 현 위원장 취임한 뒤 이렇다 할 정책 권고도 새로운 인권 문제 제기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개별 진정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산참사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PD수첩 사건, 미네르바 사건 등 사회적으로 중요하지만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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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용산참사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사관을 등 10여 명의 직원들은 인권위에 회의를 느껴 사퇴했고 정책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김형완 인권정책과장도 업무에서 배제돼 인권위를 떠났다.

    이어 문경란(한나라당 추천) 상임위원과 유남영(노무현 전 대통령 추천)상임위원도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에 반발하며 임기 중 사퇴했고, 정책자문위원와 전문위원 등 70여 명도 줄줄이 사퇴했다.

    인권위 정책국 핵심 인력과 정책자문위원과 전문위원 등 전문가 집단이 인권위에서 등을 돌리면서 인권 정책 권고 활동은 크게 축소됐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의견(2002)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개선 권고(2003),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2004),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 권고(2005), 차별금지법 권고법안(2006) 등 인권위는 매년 20-30개의 정책 권고를 쏟아냈다.

    그러나 현 위원장 취임 다음해인 2010년 정책권고수는 전해의 3/2(22건)로 축소됐고, 올해는 한 자리 숫자(8건)에 머물렀다.

    권고 내용도 한미FTA나 비정규직 문제 등 현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는 논쟁적인 사안에는 침묵한 채 사내 하도급 근로자 인권 개선 권고(2009)와 청소년 노동 인권 개선 정책 권고(2010) 등 상대적으로 덜 논쟁적이고 일반론적인 내용에 머물렀다.

    사법기관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 제출 영역도 크게 축소됐다.

    인권위는 지난 10년 동안 호주제 폐지에 대한 의견서(2003)와 여군중령강제퇴역처분취소 소송사건에 대한 의견(2008), 전기통신기본법의 표현의 자유 위축우려(2009),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2009) 등 모두 12건의 의견서를 전원위원회 의결 뒤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그러나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논쟁적인 인권 이슈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PD수첩 검찰 수사 사건(2009)과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에서 나타는 주거침해문제(2009), 야간시위 규정(2010)에 대해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묵살됐다.

    인권위가 중요한 인권 문제를 주도하지 못했음은 물론 인권위 외부에서 제기된 굵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을 거부한 것이다.

    다만 공무원응시연령제한은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 냈고(2010) DNA신원정보에 관한 법률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2011)등 6건의 의견서를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을 뿐이다.

    인권위 위상 추락과 정체성 혼란 등 내외부의 문제와 싸우고 있는 인권위의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BestNocut_R]

    인권위 창립멤버였던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전 인권위 정책과장)은 "인권위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인 만큼, 인권위는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을 지닌 사람으로 구성돼야 한다"며 "위원장부터 일반직원들도 교육과 연수, 훈련을 통해 현장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법과대학 박찬운 교수는 "인사청문회나 내외부 전문가들의 검토 등을 통해 인권 전문성이 검증된 인사가 위원장으로 선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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