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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경찰이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대책을 일선 현장에서 직접 듣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학생 100인 토론회'가 형식적인 진행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상 학생들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전문가 5인의 대화가 토론회 대부분을 차지한데다, 내용도 이미 알려진 것이 대부분이어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이다.
31일 오후 대전지방경찰청 무궁화홀.
200명의 학생을 비롯해 학부모,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하면서 강당 300여 석 대부분이 가득 찼다.
대덕대 경찰행정학과 박호정 교수의 진행으로 시작된 토론회는 각계 전문가와 학생·학부모 등 8명의 패널을 중심으로 70여 분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토론이 경찰과 교수, 전문가끼리의 대화로 전락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겠다는 본 취지는 갈수록 퇴색되는 듯했다.
실태와 원인, 대책 등 4가지 주제로 나눠 이뤄진 토론회 내내 객석에 앉은 학생들은 물론, 패널로 참석한 학생대표 3명에게도 발언기회는 한두 차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의 발언 역시 "학교폭력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모두의 문제", "N브랜드 사례 등 학생들끼리 계급 문제가 심각한 수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등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객석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한 충남고 남학생은 "전문가와 학생들 간 생각이 전혀 다른 것 같다"며 운을 뗀 뒤 "입시 위주의 학교생활에서 억눌리는 감정을 풀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한 학부모는 "신고 당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을 뿐더러 경찰의 강압적인 태도로 조사 과정에서 더 큰 상처를 입었다"며 "경찰들도 학생들이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회 막바지에서도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학생 패널로 참석한 강주환 군은 "현재까지 나온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안심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에도 말로만 하고 제대로 지켜진 것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학부모 대표 이분화 씨 역시 "토론 과정 내내 답답함을 느꼈다"며 "정작 중요한 건 학생들의 말인데 일상에서도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이 마련돼야 할 것"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고교 1학년 여학생은 "방학 중인데 봉사활동 시간을 준다고 해서 참석했다"며 "어른들끼리만 얘기를 하니까 재미가 없었다"며 따분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대전경찰청 김효수 여성청소년계장은 "전문가들끼리 모여 근본적인 대책을 논하지만 정작 학생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점에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신고하고 또 경찰이 완벽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