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5월 5일 어린이 날을 맞아 위안부 할머니들이 준비한 뜻 깊은 선물이 공개된다.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자락의 푸른 잔디밭 위에 자리잡은 회색 벽돌 건물이 바로 그 선물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5일 오후3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과 20여년간 여성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온 할머니들의 사진 등이 담긴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개관한다.
◈ 기부로 모아진 건립자금 20억원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위안부의 비극적인 시간이 역사속에서 사라질 거라는 우려가 생겼다.
남은 사람들의 아픈 기억이라도 후세에 전해 똑같은 비극을 또다시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박물관 건립을 결정했다.
2003년 12월 위안부 할머니 17명의 후원금 등을 모아 박물관 건립위원회를 발족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개관까지는 9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서울시로부터 서대문구 독립공원 내 부지를 기부받았지만 “독립군의 성지에 위안부를 들일 수 없다"는 광복회 할아버지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금의 성미산 자락으로 옮기게 됐다.[BestNocut_R]
또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거라는 기대와 달리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냉담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기부의 손길은 뜨거웠다.
일본군 아버지 때문에 식민지 당시 한국에서 자란 일본인 할머니는 미안함에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유산의 일부를 기부하기도 했다.
자녀가 행복한 세상에 살길 바란다며 딸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 부부, 생활기금을 모아 전달한 수녀님들과 1만인 건립 위원들이 있었기에 20여억 원이라는 큰 금액이 가능했다.
15살 때 위안부로 끌려가 6년 동안 고통의 나날을 보냈던 김복동(86) 할머니도 기부에 동참했다.
김 할머니는 "돈 천 만원..몇 푼 되지도 않는거...한 분 한 분의 힘으로 해 나가니까 당사자인 할매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조금했다"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손을 내저었다.
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아이들에게 소중한 역사를 알게 해주려는 할머니의 뜻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