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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美 비자 거부 속출에 '울화통'…FTA 때문?

    미국회사 영어면접도 통과한 20대男…정작 비자 발급은 거절?

    #1. 이모(29. 회사원)씨는 지난 달 말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했다. 이씨는 지난 3월 미국의 한 회사와 화상 면접 끝에 합격을 통보받은 상태였다. 비자를 발급받는 즉시 출국해서 6월 중순부터 근무할 계획이었다. 공인인증 영어 말하기 시험인 OPIC 성적도 상위 등급인 IM 등급이고, ㅇㅇ조선소에서 근무하면서 해외 클라이언트들을 많이 상대한 이씨는 영어 인터뷰에 자신이 있었다.

    세 달간 서류 준비는 물론 비자 인터뷰도 착실히 준비했기 때문에 떨어질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비자 발급이 거절됐다. 그의 모든 계획은 틀어졌다. 출근 예정일도 늦춰지고 그에 따른 모든 일정이 다 미뤄졌다. 이씨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게 비자가 거절되면 이 손해는 누가 보상해 주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 지난 해 인턴비자로 미국까지 다녀온 오모(26. 대학생)씨는 지난 달 학생 비자를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 미국에서의 계획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비자를 거절 당하면 노란색 종이에 거절 사유가 체크되는데 두 번 다 계획이 없기 때문에 발급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오씨는 "다른 이유면 이해가 가겠지만,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어학원과 홈스테이 집 계약까지 다 마친 사람에게 계획이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취업비자도 아닌 학생비자 발급도 이렇게 발급해주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비자 인터뷰 한 번 하는데만 19만 2,000원. 오씨는 "다시 보게 되면 3번짼데 비자 한 번 발급 받는데 너무 큰 돈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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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류만 준비되면 발급해줬던 미국 비자, 요즘은 "옛날 얘기"

    CBS가 강남에 위치한 유학원과 비자 대행업체를 7곳을 취재한 결과 미국 비자 발급 거부율이 올해 들어 크게 높아졌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강남에 위치한 A 유학원 비자 관련 담당자에 따르면, A 유학원 기준으로만 보면 25세 이상의 어학연수 목적으로 가는 비자 발급 거절률이 최근 50% 가까이 된다.

    종로에 위치한 B 유학원 관계자도 "최근 학생 비자 거절률이 30%, 인턴 비자 거절률이 50%에 이른다"고 밝혔다. 비자 관련 일을 주로 하는 유학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 유학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제, 정치적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 대법원이 불법체류자 단속 권한을 강화한 애리조나 이민법에 대해 지지 선언을 했고, 대선을 앞두고 미 행정부에서도 불법체류자 문제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당분간 미국 비이민비자 신청자를 엄격하게 제한하고자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한유식 한국해외취업진흥협회 대외협력 본부장은 "한미FTA의 통과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원하던 대로 FTA가 통과된 상황에서 더 이상 한국민의 눈치를 볼 필요 없어졌다는 주장이다. [BestNocut_R]

    이처럼 비자 거부율이 높아지면서 어학연수나 취업을 위해 비자를 신청했던 사람들만 애꿎은 피해를 겪고 있다. 비용은 물론 일정 차질로 인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비자 발급을 거절당한 지원자들은 비자 인지대 값 19만 2,000원뿐만 아니라 다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비자 발급 대행업체나 유학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서류나 인터뷰 준비를 위해 돈이 또 들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미국 비자 발급이 어려워졌다는 소문을 타고 유학업체 등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한 유학업체 관계자는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보통 서류와 인터뷰 준비하는데 20~30만원을 받는데 세 번, 네 번 거절당한 사람의 경우 돈이 150~200만원까지 올라간다"면서 "유학업체뿐 아니라 비자 발급을 도와준다는 변호사들은 시민법을 얘기하면서 400~500만원까지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했다.

    ◈ 인지대는 높아졌지만 비자 거부 사유는 더욱 더 불분명해져

    비자 거부율이 높아지면서 주한미대사관측은 덩달아 막대한 인지대를 챙기고 있다.

    하루 2천건에 달하는 비자 신청 중 절반이 거부된다고 가정할 때 미 대사관측은 매일 4억원 정도의 인지대를 챙기는 셈이 된다.

    더욱이 비자 발급 인지대가 140달러에서 최근 160달러로 높아지면서 그에 대한 부담은 커졌는데 비자 발급 거절 사유는 더욱 불분명해졌다. 서울 강남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비자 발급이 거절당한 학생들을 상담을 해보면 미 대사관 측에서 수익적인 측면을 아예 무시하지 않기 때문에 애매한 경우 다시 비자 인터뷰를 받게끔 하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세 번이나 인턴 비자 발급을 거절당했다는 박모(23.여)씨는 "처음 거절당한 이유가 한국으로 다시 귀국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었는데 주관적인 의견이라 납득할 수 없었다“면서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두 번째 비자 인터뷰 하면서 19만원을 챙기고, 또 똑같이 한국으로 안 올 거 같아서 발급을 못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번 더 시도를 해보라고 말하더라. 비자 발급으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는 “비싸진 비자 인지대는 미 국무부가 세계적으로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미리 계산해서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비자 발급 거절 기준은 “개개인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답변을 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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