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나 택시 등 운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운전자 의무 교육'에 난데 없이 '안보 특강'이 배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 이수자들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특정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일 부산시 교통문화연수원에서 화물차 운전기사인 진준모(39·가명) 씨는 운수 종사자 교육을 받다가 뜬금없이 '안보 특강'이 이어져 깜짝 놀랐다.
오전 10시쯤 두 번째 강의에서 갑자기 자신을 전직 해군 대령이라고 소개한 강사가 나왔다.
해당 강사는 대한민국 발전상에 대해 강의하겠다고 말하더니, 자신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통해 천안함 격파 장면, 연평도 포격 장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서해 교전을 일으키는 북한군 등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북한 학생들은 미국을 무찌르기 위해 매일같이 훈련을 받으니 우리도 조심 해야 한다" 등의 내용도 전했다.
이에 교육을 받던 일부 운전 사업자들은 강사에게 "이 내용은 교통 문화와 관련 없는 내용 아니냐"고 질문했다.
하지만 강사는 "불편하신 분들은 나가도 된다"고 답한 뒤 약 1시간 동안 '반공 의식'을 강조했다.
진 씨는 "예비군 훈련 와서 정신 교육 받는 줄 알았다. 어이가 없었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의 참석자인 손순철(40·가명) 씨는 "지금까지 5년 넘게 이 교육을 들었는데 주로 건강관리, 교통사고 대처법 등을 알려줬다. 그런데 이번엔 갑자기 정치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쏟아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연수원에는 1층과 2층에 600여 명이 강의를 듣고 있었다.
원래 이 교육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개인택시·법인택시 운전자, 버스 운전자, 화물차 운전자들이 1년에 한 번, 하루 4시간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벌금 30만 원을 내야한다.
부산시 교통문화연수원에서 한 해 동안 이 교육을 받는 사람 수는 신규 운수 종사자 3200명을 포함해 총 4만 8660명이다.
교통문화연수원 관계자는 "연수원 자체 내에서 안보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신교육 시간에 잠깐 언급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