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정부가 3~5세 무상보육 정책인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겨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처음으로 '무상보육' 공약을 내세운 이후 대선 등 주요 선거마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공언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 방안 없이 '표'만을 의식한 공약(空約)이었던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무상보육'을 약속한 건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 때였다. 박 대통령은 "보육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성들이 많다"면서 "만 3세부터 5세까지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만 2세까지의 아기들만 돌봐주는 영아전담시설을 동네마다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누리과정'과 똑같은 내용으로, 당시에도 재원 마련 방안이 빠진 '장밋빛'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박 대통령은 "저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았고 한 번 약속한 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켰다"고만 말하고 넘어갔다.
그 해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0~5세 무상보육을 공약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차일피일 시행을 미루던 MB 정부는 2011년 말에야 이듬해부터 5세 아동에 한해 '누리과정'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0~4세 무상보육은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한꺼번에 추진하기에는 난관이 많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국회는 2012년도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0~2세에 대해서도 무상보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치러지는 '선거의 해'를 앞두고 여야 모두 '무상 복지' 확대를 포기할 수 없었던 탓이다. 정부의 예산 부족 타령에 국비지원은 29%에 불과했다.
그리고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구원등판한 박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무상보육 전면 실시' 공약을 내세웠다. 당시 새누리당은 0~5세 무상보육을 '가족행복 5대 약속' 중 하나로 포함시켜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100일 이내에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야당의 보편적 복지정책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던 여당이 또 '표(票)퓰리즘' 공약을 들고 나오자 당내에서도 "국가 재정건전성을 감안하지 않는 복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조차 "0세부터 5세까지 국가가 전부 다 보육을 책임지겠다, 이 말은 사실은 민주당보다 한발 더 나아가는 거고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정책"이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지방정부에서는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었지만 박 대통령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해 7월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보육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재정 소요를 계산해서 한 자신감 속에서 내놓은 정책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안심해도 된다.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자신이 있어서 발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9월 결국 사단이 났다. 보건복지부가 0~2세 전면 무상보육 정책 폐기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거듭 "새누리당이 약속한 바를 지킬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고, 당은 "정부는 국민적 혼란만 야기시키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고 지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TV 토론 등에서 "아이 기르는 비용을 국가에서 적극 지원을 하겠다. 그래서 0세부터 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두고 증세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수 확대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이 현실화되자 박 대통령은 핵심 공약이었던 '무상 보육' 공약에서 슬그머니 후퇴하며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책임과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