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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 수사의 '딜레마'…깃털인가 몸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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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산비리 수사의 '딜레마'…깃털인가 몸통인가?

    김진태 검찰총장(왼쪽 일곱 번째) 등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열린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현판식'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방위·군납 비리는 안보누수이고 이적행위'라고 규정한 지 20여일만에 '방산비리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합수단의 방위산업 비리수사에는 검찰은 물론이고 이례적으로 군기무사·정보사, 군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 정부 사정기관이 총출동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청와대의 조율에 따른 것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수단이 지난 7년간 무시로 이뤄져 온 방산비리 수사와 달리 YS정권시절의 '율곡비리 수사'를 넘어서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 아니면 금년 '원전비리수사'처럼 몸통은 온데 간데 없고 '깃털들만 모아 처벌한 '비리종합세트'를 내놓을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방산비리 척결의 목표가 정확하게 '거악'을 척결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납품과 원가조작 등 만연한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것인지 검찰 조차도 분명한 타깃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180명이 참여하는 초매머드급 비리 수사라면 '거물과 거물간 거래'에 초기부터 집중해야 하는데 그런 정보가 과연 있는 것인지, 수사과정에서 군이 반발한다면 과연 그것을 돌파할 의지가 있는 지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합동단속반을 출범시키면서도 이른바 '스텐스'를 어떻게 잡아야할 지 무척 고민하는 모습이다.

    (자료사진)

     

    검찰 고위관계자는 "초대형급으로 수사팀을 출발시켰지만 솔직히 비리가 있는 곳만 들이대는 '외과성 환부수술'을 해야 할 지 아니면 '먼지털이식'으로 전면적 수사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검찰의 다른 고위관계자도 "그래도 안보를 책임지는 군인데… 군을 '조폭'처럼 다룰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고민을 드러냈다.

    수사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하지만 군에 대한 수사는 원전비리 같은 사회 일반의 고질적인 비리와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

    군 내부에서도 청와대 지시라 마지못해 참여하지만 방산비리를 군내부의 조직비리로 보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 하는 분위기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가장 유능한 군 검찰관과 수사관 등 전문요원을 파견해서 합수단의 수사를 적극 지원하라 했다"고 전했지만 "방위산업 발전에 많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또 "개인의 비리가 방위산업의 전체로 인식되는 것도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군내 이런 기류를 감안할때 합수단 수사의 성패는 초기 수사과정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거물'을 잡느냐가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합수단이 거물 비리를 잡아낼 경우, 국민적 공분과 사회적 비난이 높아지면 군도 무턱대고 수사에 반대할 수 없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방위비리 수사가 대형화 할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방위비리 수사가 원전 수사처럼 '가짜 납품이나 불량품, 서류위조 등의 '잔챙이 수사'가 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대통령이 방산비리를 이적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미 검찰이 합수단을 운영할 것으로 일찍부터 알려진 만큼 이미 거물 방위산업 몸통들은 몸을 감췄을 가능성도 있다.

    방위사업청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자료사진)

     

    특히 해외무기거래 등 조단위가 소요되는 대형 방위산업비리 사건은 '커미션'이 오가더라도 해외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고 외국 업체는 물리적으로 수사하기도 어려운 현실이어서 고위장성출신이나 정권실세들의 비리를 수사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실제로 지난 1999년 무기거래는 아니지만 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 과정에서 TGV(떼제베)의 제작사인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1,129만 달러(110억 원 가량)의 로비자금을 받은 재미교포 로비스트 최만석(64) 씨는 본격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해외로 잠적해 버렸다.

    이에따라 당시 황명수 민자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에 대한 거액 뇌물 사건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한편 군 안팎에서는 이번 방위비리 수사가 판은 크게 벌렸지만 초대형 무기사업 비리를 찾기보다는 무기 수주의 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파헤침으로써 군무기를 방사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루도록 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닌가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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