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16 전투기 (사진=공군 제공)
정부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F-16 전투기 성능개량사업을 미국 '록히드마틴社'로 변경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미 정부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사업을 수주한 BAE시스템즈의 추가비용 요구가 사업자 변경의 주요 이유지만 이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미국 무기의존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 천문학적 예산 투입 KF-16 개량사업 좌초 위기KF-16 성능개량사업은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 전투기 134대의 레이더와 컴퓨터, 무장체계 등을 개량하는 사업으로 1조 7,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방사청은 지난 2012년 7월 입찰을 통해 영국에 본사를 둔 BAE시스템즈 미국 법인을 사업자로 최종 선정한 뒤 미국 정부와 FMS(Foreign Military Sales, 대외군사판매)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와 BAE시스템즈가 각각 5,000억원과 3,000억원의 막대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더이상 BAE시스템즈에 사업을 맡길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내부적으로 사업자를 록히드마틴社로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록히드마틴社와의 협상을 위해 백윤형 항공기사업부장을 미국으로 급파한 상태다.
방사청은 록히드마틴社에 BAE시스템즈에 지불한 입찰보증금 6,114만 9,000달러 등을 제외한 나머지 예산으로 KF-16 개량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초 입찰 당시 록히드마틴社가 BAE시스템즈가 제시한 금액보다 50% 이상 비싼 2조원대의 사업비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협상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BAE "미국 정부가 위험관리 비용 인상, 어쩔 수 없다"이처럼 대한민국의 영공을 책임지고 있는 공군 주력 전투기 개량사업이 난항에 빠지면서 일부에서는 BAE시스템즈와의 계약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KF-16의 제작사가 록히드마틴社 임에도 불구하고 싼 비용을 제시한다는 이유로 전투기 개량사업을 BAE시스템즈에 맡긴 자체가 심각한 오판이라는 것.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BAE시스템즈가 전세계 F-16 전투기에 탑재된 임무 장비의 40% 이상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자로서 부적격이라는 지적은 결과 만을 놓고 본 과도한 비판이라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이는 BAE시스템즈와의 계약 자체가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세계 무기시장에서 군림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주장이다.
현재 BAE시스템즈는 추가비용 요구 이유에 대해 "미국 정부가 자사의 담당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위험관리 비용을 인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KF-16 개량사업 사업자를 자국의 록히드마틴社로 변경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계획적으로 딴지를 걸고 있다는 것이 이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BAE시스템즈에 계약불이행의 1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그 이유야 어찌됐건 KF-16 개량사업의 사업자가 록히드마틴社로 변경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 F-35A, PAC-3, 글로벌호크 등 美産 무기 구매 봇물
중·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사진=록히드마틴 제공)
현재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 개량사업은 물론 우리 정부는 차기전투기 기종을 록히드마틴社의 F-35A로 결정했다.
또, 한국형 차기전투기 개발사업 역시 국내 전투기 개발 능력의 부족으로 록히드마틴社의 기술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투기 뿐만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오는 2020년대 중반까지 '한미연합 선제타격 시스템(킬체인, 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완성할 계획이다.
그런데 킬체인과 KAMD 완성을 위해서는 록히드마틴社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 그리고 역시 미국 기업인 노스롭 그루먼도社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등을 수입해야 한다.
이와함께 주한미군에 록히드마틴社의 중·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배치하는 문제도 곧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미군이 사드 배치비용을 부담하겠지만 추후에 우리 정부에 사드 구매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군 안팎의 전망이다.
◈ 천문학적 액수 지급하고도 韓 정부는 영원한 '을'
미국에 대한 무기의존도가 심화되는 것은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성과 이에따른 한미동맹 강화로 인해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대미 무기의존도 심화는 군사적 독립성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무기 구매 과정에서도 미국에 끌려가며 경제적으로도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KF-16 개량사업 역시 BAE시스템즈가 계약유지에 실패하면서 결국 남은 것은 록히드마틴社 뿐이며 당연히 협상과정에서 갑과 을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초 입찰 당시 우리 정부는 록히드마틴社에 비용 인하를 요구했지만 소액의 금액만 인하한채 생색만 냈다는 것은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