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신흥국 시장이 공포에 사로잡힌 가운데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러시아의 위기 상황이 한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일부 신흥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경우 1998년 외환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7일 러시아가 유가급락과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 2.9%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러시아는 10대 수출 대상국이긴 하지만 비중이 높지 않은 만큼 당장의 큰 타격은 없다는 의견이다. 러시아에 외환위기가 발생해도 우리 금융권이 직접 피해를 입을 규모는 13억6,000만 달러(국제금융센터 집계) 정도다. 규모가 크지 않다.
이는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큰데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러시아 제재 이후 이미 우리의 대러시아 수출 규모가 줄어있는 것도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위기가 신흥국으로 확산될 경우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베네수엘라나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의 통화 가치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특히 우리 자본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안전자산 선호 의지를 강력히 보일 경우 '팔자' 행렬이 가속화될 수 있다. 앞서 지난 15일 우리 증시는 유가 급락에 따른 불안감에 장중 코스피지수 1900이 붕괴되기도 했다. {RELNEWS:right}
여기에 16~17일(현지시각)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년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내놓을 경우 금융시장이 느끼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문구 수정에 나서면 러시아와 일부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면, 외환·주식·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치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