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기를 풍미했던 연공임금제나 장시간 근로 관행이 지금은 오히려 기업과 개인의 이동성과 적응능력 제고를 저해하고 있으며, '승자독식'과 '패자부활불가'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윤희숙 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 연구위원은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토론회에서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노동시장의 작동원리가 더는 통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에 따르면, 고속성장기에는 대부분 상향이동에 성공했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진입에 실패한 노동력의 패자부활 지원의 필요가 크지 않았고, 그 결과 사회적 보호 시스템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이후 근로 빈곤과 미취업 빈곤 문제가 심화되면서 사회적 보호시스템의 필요가 증가했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는 일부 과보호되는 좋은 일자리와 대비돼 사회적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따라 윤 위원은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더라도 이직과 생계유지가 가능하도록 사회적 보호를 강화해 개인의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과보호된 일부 부분을 주로 대변하는 노사 협상에 노동시장 개혁전반의 의제설정을 일임할 경우 취약계층의 이해가 배제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안을 마련한 뒤 노사 합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발제에 나선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대기업의 비정규직 문제보다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종의 고용의 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면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대기업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 등 특정 이슈에 집착하지 않고,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고용의 질 개선, 고령화에 대응하도록 노동력의 질 제고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