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밀인 원자력 발전소 설계도면이 해킹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8일 "임직원들의 개인정보와 원전 설계도면이 외부로 유출돼 해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기밀 자료는 월성원전의 운전원이 사용하는 '월성1호기 감속재계통 ISO도면'을 비롯한 다수 내부문건과 임직원 1만여 명 전체의 개인정보가 담긴 액셀파일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도면 외에도 다른 기밀자료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한수원은 어떤 자료들이 빠져나갔는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유출 문서는 임직원들의 개인정보와 운전원들이 사용하는 도면, 운전원들을 위한 설명서 등 3건"이라며 "외부로 유출되면 안되는 문서는 맞지만, 유출됐다고 해서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용들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번에 유출된 기밀자료와 개인 정보들은 해커들이 지난 15일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 공개됐으며, 해당 블로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이번 사건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 매체인 '보안뉴스'에 따르면, 자신들을 'Who am I'라고 밝힌 해커 그룹은 당시 블로그에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원전 반대", "원전반대그룹의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은?", "Who am I?= No nuclear power plan"이란 문구가 적힌 사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아랍에미리트 왕세자에게 보낸 친서 공개' △'우리는 원전반대그룹! 끝나지 않은 싸움' △'원전반대그룹 국민친환경 건설자금 요구' △'공격 침묵 한수원, 왜 그럴까' △'원전반대그룹 12.12 쿠테타, 크리스마스 선물' △'원전 파괴전야 깜깜한 청와대, 어쩔까’등의 협박 글을 잇따라 올렸다.
마지막 게시 글은 18일 오후 3시쯤 올라왔고, 이후 해당 블로그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들은 마지막 게시물에서 "1차 공격은 하드 파괴 몇 개로 끝났지만 2차는 제어 시스템 파괴"라며 "우리는 후쿠시마와 같은 참사는 원하지 않는다. 원전은 더 이상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건 원전 해체"라며 "크리스마스에 몇 기가 파괴될 지도 모르니 국민 안전을 도모하는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 원전을 세우지 않으면 파괴시킬 수도 있다"고도 했다.
한수원 측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 조석 사장이 직접 사건을 진두지휘하며 유출경로 파악 및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수원 관계자는 "옛날 자료들이 꽤 있는 걸로 보아 외부에 돌아다니는 문서들을 모은 뒤 해킹한 것처럼 위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번 원전 협력업체 직원을 통한 아이디 유출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내부 유출보다는 해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