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로 넘어가볼까요?
◆ 김성완> 요즘 대학생들이 학점을 다 이수하고도 졸업을 하지 않고 졸업을 미루지 않습니까?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백수보다는 대학생 신분으로 기업에 취업을 할 때 응시하는 게 취업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대학들이 이런 졸업유예생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받겠다, 이렇게 나서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학생 백수 만드는 대학들',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대학생들은 재학생 신분으로 지원을 해야 취업이 잘 되니까 그건거겠죠?
◆ 김성완> 그렇죠, 아무래도.
◇ 박재홍> 취업이 안 됐으면 졸업을 유예하는 것인데 대학들이 거기에 돈을 받고 있다는 것이네요.
◆ 김성완> 맞습니다. 이게 한두 대학의 얘기가 아니고요. 사실은 전국의 30여 개의 대학에서 졸업 유예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 70% 가량인 24곳에서 따로 등록금을 받고 있다, 이런 통계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별도의 등록금을 받지 않았던 이화여대, 건국대 이런 곳들이 올 1학기부터 돈을 받겠다 해서 이렇게 나서서 지금 논란이 커지고 있는 건데요. 이화여대의 경우에 과정수료제라는 것을 신설을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졸업논문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학점을 다 따고도 졸업을 미뤄왔었는데 ‘최소 1학점 이상은 신청을 해야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그런 내용으로 학칙을 바꿨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취업준비생들은 재학생 신분,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대가로 최소 등록금을 6분의 1 이상, 60만원 가량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 박재홍> 60만원이면 꽤 큰 돈 아니겠습니까?
◆ 김성완> 그럼요.
◇ 박재홍> 그리고 수업을 안 받아도 돈을 내야 하는 그런 상황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거 졸업하기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너무 가혹한 거 아니에요?
◆ 김성완> 물론 대학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닌데요.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많아도 사실 너무 많습니다. 지금 전체 졸업생의 50%에 육박한다고 하는데요. 대학 입장에서는 신입생을 받는데 아무래도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학생을 자꾸 밀어내기를 하려는 겁니다. 하지만 대학들이 학생들 사정을 뻔히 알면서 백수되기 싫으면 돈 더 내라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가혹하다는 거죠. 졸업하기 싫은 것도 아니고 다만 취업 못한 무능력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봐 그렇게 하는 거잖아요. 이런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모두 학생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학생들도 뭐 반발하는 게 당연하죠, 이렇게 되니까.
◇ 박재홍> 대학들 입장에서는 이런 해명도 하더라고요. 학생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으니까 도서관 운영비용이라든지 이 비용이 많이 든다, 이렇게 해명을 하고 있는데.
◆ 김성완> 그렇게 따지면 대학들이 지금 몇 조원씩 적립금 쌓아두고 있는 거 그거 쓰라고 얘기하면 되지 않나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그런데 학생들이 고생해서 취업한다고 정규직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고 또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인데.
◆ 김성완> 네, 맞습니다. 정부 대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은데요. 그런 면에서 엊그제 이완구 원내대표 새누리당 원내대표 발언이 참 신선하게 들렸는데요. 뭐라고 얘기를 했냐면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이 된 근본 원인은 비정규직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이걸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말을 했거든요. 그러면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서 쓴소리를 했습니다.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겠다, 이런 대책을 내놨지 않습니까?
◇ 박재홍> 네.
◆ 김성완> 저는 이 말에 주목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 박재홍> 네. 왜 그렇게 보시는 건가요?
◆ 김성완>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문화하면 우리가 보통 종신고용하고 연공서열을 떠올리잖아요. 한번 취업하면 퇴직 때까지, 끝까지 회사를 떠나지 않고 근무한다, 그래서 일본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다른 제조업 국가들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을 갖고 있는 게 그런 숙련노동자들 때문이다, 이런 얘기도 있고 그러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런데요, 이것도 옛말입니다.
◇ 박재홍> 바뀌었죠.
◆ 김성완> 한 10여 년 전부터 청년 취업난이 극심해졌고요. 이 신규취업자의 30%. 여성 같은 경우에는 한 40%가 비정규직 신세입니다. 그러니까 비정규직이 엄청나게 일본도 많은 거예요.
◇ 박재홍> 그러네요.
◆ 김성완> 한 5년 전에 일본에서 이미 우리나라랑 똑같은 비정규직 문제가 아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겪었던 문제들이 똑같이 우리나라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하는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일본에서도 학생들이 취업이 안 되니까 졸업을 자꾸 미뤄요. 그래서 대학생들도, 대학들도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에게 학비 절반 정도를 깎아줬습니다.
◇ 박재홍> 학교도 오히려 나가지 말고 있어라.
◆ 김성완> 뭐 어쩔 수 없이 나가봐야 취업이 안 되니까 그런 사정을 이해해 주기 시작을 했는데요. 그러면서 우리랑 똑같이 학자금 대출을 계속 늘리는 그런 일들을 해 왔는데요. 취업 시장은 그러다 보니까 취업준비생들로 넘쳐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너무 사람이 흔하니까 부당노동행위가 아주 극심해졌습니다. 어제 우리 '뉴스쇼'에서 열정페이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우리의 열정페이 격인 블랙기업이라는 게 일본에 있는데요. 블랙기업의 횡포도 아주 극심해 졌습니다.
◇ 박재홍> 일본판 열정페이를 일삼는 기업들을 블랙기업이라고 부르는 거죠.
◆ 김성완> 그런 현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비정규직이 시험고용화라는 것인데요.
◇ 박재홍> 이건 또 뭡니까, 시험고용화요?
◆ 김성완> 약간 용어가 어려운데. 그냥 장그래 생각하시면 돼요. 우선 비정규직으로 막 뽑아놓고, 많이 뽑아놓고 열심히 일하다보면 정규직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막 갖도록 합니다.
◇ 박재홍> 고용 기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 김성완> 정해진 것도 아니고요. 일단 뽑아놓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굉장히 열심히 일할 것 아니겠어요.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일회용품 취급합니다. 노동능력이 소진될 때까지 저임금에 시간외 수당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데요. 1, 2년 뒤에는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스스로 회사를 떠나도록 만듭니다. 이 떠나는 게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같이 입사한 동기의 8-90%가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그래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 그냥 해고를 하면 기업도 부담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자발적인 퇴직을 하도록 극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준다고 합니다.
◇ 박재홍> 스트레스를 어떻게 줍니까, 상사들이?
◆ 김성완> 예를 들면 상사들이 "야, 뭐 차라리 너는 다른 데 가면 좋겠어."라는 얘기부터 시작해 가지고 기업, 사업 참여연수를 시킨다고 해가지고 가서 노숙자 체험을 시킨다거나 뭐 이런 일들까지 막 벌어지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청년 우울증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일본 후생성이 뭐라고 한 줄 아십니까? 아마 제 기억으로 예전에 박근혜 대통령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요즘 청년들은 꾸중을 듣지 않고 자라서 정신적으로 약하다,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발표를 했어요. 그리고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도 마찬가지인데요. 일본 노사관계는 고비용구조다, 이렇게 주장을 하면서 노동 2원화를 더 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청년층이 극빈층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계속 반복해서 일어났고 결국은 내수 부진에 빠지고 디플레이션 상태로 계속 넘어가는 잃어버린 20년이 그래서 나왔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우리나라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고 최경환 부총리가 얘기를 했잖아요.
◇ 박재홍> 네.
◆ 김성완> 똑같은 얘기를 일본에서 이미 예전부터 해 왔던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한국과 일본이 우리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일본 길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완구 원내 대표의 말처럼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네. 우리 경제가 또 잃어버린 20년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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