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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청와대문건 유출'에는 일사천리…'국정개입농단'은 미적미적

법조

    檢, '청와대문건 유출'에는 일사천리…'국정개입농단'은 미적미적

     

    지난 한달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청와대문건 유출 사건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박관천 경정이 외부로 문건들을 빼돌리고 한모 경위가 문건을 복사해 언론사등에 건넨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단초가 된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박 경정을 구속기소하고 조 전 비서관과 한모 경위를 불구속 기소하는등 박근혜 대통령이 ‘국기문란행위’라고 규정한 문건유출 부분에 대한 수사는 기민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검찰 개입의 명분을 줬던 세계일보 명예훼손 사건이나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여부를 밝히는 수사는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어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일보 기소 놓고 靑눈치보는 檢

    지난해 11월28일자 세계일보 기사가 자신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청와대 비서관들이 세계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어떻게 보면 명예훼손 사건이 검찰 수사의 본류라고 할 수 있지만 최종수사결과나 다름없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5일까지도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어떤 결과도 내놓지 못했다.

    명예훼손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는 해당 기자들의 비협조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십상시 회동’ 내용을 담고 있는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 동향’ 문건을 입수한 조모 기자는 검찰의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고 있고 다른 관련 기자들은 검찰 수사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기자들에 대한 기소에는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하지만 기자들의 비협조가 계속될 경우에는 기소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진술을 거부하면 선택지가 많지 않다. 진술거부에 따른 결과를 책임지겠다는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설사 무리하게 기소한다 하더라도 유죄판결을 받아내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우리나라 법률은 언론보도가 명예훼손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위법성을 조각해 형사처벌을 면제해주고 있다.

    세계일보 보도의 경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공식적으로 생산한 문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일보가 충분히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여지가 있었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상황이 이렇자 검찰 내부에서는 은근히 청와대가 직접 나서 세계일보와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고소당사자인 청와대가 고소를 취하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검찰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곧바로 세계일보 기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들어가기 보다는 흐지부지 넘어 갈 가능성이 크다.

    검찰로서는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결과에 대한 국민불신이 높은 가운데 또다시 세계일보 기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착수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고발사건 인사이동 이후나 수사착수 할 듯

    ‘정윤회 문건’ 의혹의 가장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정씨의 국정개입 부분에 대한 수사도 여전히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9일까지 서울중앙지검에는 새정치연합이 정씨 등을 고발·수사의뢰한 건과 정씨가 맞고소한 사건 및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언론사 기자를 고소한 사건 등 5건의 고소·고발 사건이 접수돼 있다.

    새정치연합은 정씨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12명을 국정농단등의 이유로 고발·수사의뢰했다.

    새정치연합이 수사의뢰한 부분에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 인사압력 의혹등이 포함돼 있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고소인 입장에서 조사를 받아왔던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이 피고발인 입장에서 조사를 받아야한다는 것도 의미있는 변화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고발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올 1~2월에 있을 검찰인사가 마무리된 다음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검찰관계자는 “고발인 조사는 현재로서 언제 한다고 못박을 수 없다”며 당장 수사에 착수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검찰인사 뒤 수사에 착수할 경우 새로운 수사팀이 사건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수사기록 파악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RELNEWS:right}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 해도 제기된 의혹을 제대로 밝혀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인사개입 압력이나 국정개입 농단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치적 수사일뿐 구체적인 범죄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대상이 아예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도 청와대 감찰로 풀어야할 사안을 검찰에 떠넘겨 뒷수습을 하게하고 있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결국 검찰수사는 ‘정윤회 문건’ 파문의 본질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그칠 공산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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