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에서 테디 아르마다 역을 맡은 배우 다니엘 헤니.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 홍보 차 한국을 찾은 다니엘 헤니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2005년 혜성처럼 등장해 여심을 사로잡은 외모는 여전했지만 어느 새 10년 차 배우의 여유가 묻어나왔다.
다니엘 헤니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짧은 인터뷰 내내 서툰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진실하게 답했다. 성실보다는 진실이란 단어가 더욱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중간 중간 솔직한 모습으로 유머 감각을 발휘하기도 했다.
"무대에서는 긴장돼서 한국말 하기가 힘들다"며 멋쩍게 웃는 미국 국적의 배우. 그러나 그는 자신을 할리우드 배우보다는 한국 배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전 한국 배우입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없었다면 지금 제가 여기에 있지 못했을 거예요. 할리우드에서도 작품이 들어오는데 한국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안하게 되는 캐릭터도 많아요. 한국도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미국에서 정점을 찍고 오고 싶어요. 작품을 기다리며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연기는 여전히 그에게 어렵다. '내 이름은 김삼순' 촬영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던 드라마 내용을 최근에 다시 보면서 '재밌다'고 깨달았다. 은퇴한 배우 심은하를 좋아해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부터 '굿닥터', '별에서 온 그대',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 최근 드라마까지 섭렵했다.
"영어 연기가 더 감정선이 편한 것은 있어요. (한국어 연기는) 감정이 많이 없으면 잘할 수 있는데 감정선이 많으면 어렵더라고요. 한국 활동 계획은 항상 있고, 한국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도 많이 해요. 그런데 제한이 많죠. ('내 이름은 김삼순' 헨리 킴 역할처럼) 다시 젠틀한 캐릭터로 돌아가면 어떨까 생각도 하고 있고요. 요즘은 한국 드라마도 미국에 많이 가져가니 그런 쪽으로 (작품을) 찾는 것도 방법이죠".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에서 테디 아르마다 역을 맡은 배우 다니엘 헤니.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그는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라왔다. 그래서일까. 영화 '빅 히어로'의 작업은 그에게 더욱 남다르다. 디즈니 사람들과의 첫 만남도 그랬다.
"'빅 히어로' 프로젝트가 있다고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와서 오디션을 봤는데 되게 힘들었어요. 애니메이션은 대본이 없고 콘티만 있어서 감독이 지시하는대로 연기하고, 애드리브 해달라고 하면 무섭죠. 20분 동안 연극하듯이 애드리브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2주 동안 전화가 없다가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오디션에 됐다고요".
영어 연기였지만 녹음실 안에 들어가서 홀로 펼치는 연기는 무섭고, 어려웠다. 어렸을 때부터 팬이었던 디즈니와의 작업이기 때문에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다 어려웠어요. 디즈니였기 때문에 잘하고 싶어서 '실수하면 안 된다. 잘 해야 된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녹음실 들어가면 혼자고, 앞에는 대단한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있는데 '시작하세요'하면 어떤 톤으로 해야 하는지 걱정이었어요. 무섭잖아요. 그런데 점점 연기가 자연스러워졌어요. 아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하면 되는 것 같아요".
홀로 구축해야 하는 감정선과 목소리 톤은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한 대사를 50번이나 연기한 적도 있었다.
"애니메이션 연기는 목소리 톤이 중요하고 이야기를 이해해야 해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톤이 변화해요. 캐릭터 간의 거리감에 따라 목소리를 크게 하고, 작게 하고…. 움직이는 것도 어렵고, 주인공 히어로에게 따뜻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려웠어요. 저는 남자 형제나 여자 형제가 없거든요".
"배이맥스(영화에 등장하는 건강 관리 로봇)가 보여주는 테디의 영상이 있는데 그걸 연기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혼자 있으니까 감정을 머릿속에 쌓아야 해요. 배이맥스 개발에 성공했을 때 리액션이 필요하잖아요? 녹음실에서 혼자 뛰고 아주 굉장했죠. 그 장면 하나에 하루 내지 이틀 정도 시간이 걸렸어요. 한 대사를 50번 씩 하기도 하고요".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에서 테디 아르마다 역을 맡은 배우 다니엘 헤니.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던 디즈니와의 작업은 값진 추억으로 남았다. 좋은 이들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정말 착하고 좋아요. 굉장히 생기있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해요. 녹음하고 이럴 때 밖에서 그냥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주차장에 있는 관리인 아저씨도 밝게 저한테 하루 안부를 물어봐요. 어젯밤에도 새벽 1시에 이메일이 왔더라고요. (한국에 온 ) 제작진들이 '우리 도착했어요. 보고 싶어요'라는 내용을 써서 보냈어요. 디즈니에서 오래 일한 감독이고 프로듀서지만 그런 스타일인 것 같아요".
다니엘 헤니는 앞으로 할리우드 영화나 TV 드라마 출연에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이미 오디션을 본 작품도 2개나 있다. 디즈니에서 제작하는 실사 영화 역시 욕심을 내보려 한다.
"할리우드 오디션은 바로 답이 오질 않고, 몇 개월 뒤에 와요.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 하나는 될 것 같다고 혼자 바라고 있어요. 디즈니와는 계속 연락 중인데 (디즈니로부터) 이메일이 다시 안 오면 6개월 후에 이메일을 보내보려고요. 마치 애인처럼요". (웃음)
그러나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10년 전과 발전이 없는 정형화된 동양인 캐릭터, 동양인을 낮게 보는 작품 등에는 출연할 생각이 없다.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역할은 한정적이죠. 그런데 역할을 봤을 때 10년 전과 똑같이 해석해서 풀어내려고 한다면 그건 제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향상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묶여있는 느낌이라 저는 좀 싫어요. 얼마 전에도 유명한 영화가 드라마화되는데 주인공 제안이 들어왔어요. 그 작품이 유명해진 이유는 동양인 캐릭터를 약간 비하하한 것도 없지 않다고 느껴서 동의를 못하겠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