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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꽃보다 바둑'…여성 프로기사들의 24시

    [신년 바둑기획②] 한국 바둑계에 강하게 부는 女風

    한국 바둑계가 드라마 '미생' 등의 영향으로 새해를 맞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여자바둑리그가 새롭게 출범했고 전국소년체전에 바둑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CBS 노컷뉴스는 새해를 맞는 한국 바둑계의 표정을 모두 4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미생은 재밌지만, 장그래로 살긴 싫어요!"
    ② '꽃보다 바둑'…여성 프로기사들의 24시
    ③ 바둑에 푹 빠진 초딩…"시간 가는 줄 몰라요"
    ④ "아생연후살타! 허정무 인터뷰가 인상 깊죠"

    '중장년 남성 · 담배 연기 · 내기….'

    많은 바둑애호가의 과거 기억 속에 남아있는 기원은 다소 칙칙한 분위기였다. 지금은 그나마 남아있는 기원도 얼마 되지 않는다.

    '꽃보다 바둑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다혜, 김혜림 , 배윤진, 문도원 프로기사.(사진 제공=문도원 프로기사)

     

    ◈ "기원이야? 카페야?"…美女 프로기사들의 아지트

    하지만 서울 중부경찰서 근처에 자리를 잡은 '꽃보다 바둑센터'는 내부분위기가 카페처럼 밝고 화사하다.

    20대 여성 프로바둑 기사들이 의기투합해 운영하는 곳인 만큼 기존의 기원과는 달리 실내장식과 프로그램 등 모든 면에서 여성의 섬세함이 짙게 배어있다.

    이다혜(29·프로 4단)와 배윤진(28·3단), 문도원(23·3단), 김혜림(22·2단) 등 여성 프로기사 네 명은 지난해 8월 공동 출자해 '꽃보다 바둑센터'를 열었다.

    반응은 매우 좋다. 문을 연 지 채 반년도 안됐지만 유료 회원이 벌써 100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송년회에는 선착순으로 참가신청을 마감했는데도 발 디딜 틈 없이 대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회원 정재훈(37) 씨는 "성인이 바둑을 배울만한 곳이 많지 않은데 여기는 프로기사들이 직접 지도하고 분위기도 아기자기하고 가족적이어서 편안하다"고 말했다.

    바둑 강의 중인 김혜림 프로기사(사진 제공=꽃보다 바둑)

     

    '꽃보다 바둑센터'가 이처럼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것은 공동설립자인 4명의 프로기사가 최고의 강사로 꼽히는 쟁쟁한 이력의 소유자라는 점도 한몫했다.

    맏언니 이다혜 씨는 지난해 말 tvN의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더 지니어스'에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 입문자를 위해 '열려라 바둑'이라는 책도 펴냈다.

    배윤진 씨는 바둑TV 등에서 진행과 해설을 맡으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문도원 씨는 정관장배 7연승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은 실력파다. 떠오르는 기대주이자 센터 내 막내인 김혜림 씨도 예쁘장한 외모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문도원 씨는 "이 곳은 바둑 밖에 모르는 우리 4명에게는 일종의 아지트이자 세상을 배우는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바둑을 친구처럼 여기는 회원분들이 차를 마시고 책도 읽으며 서로 교류하는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디지털대학교(SDU)에서 교양바둑 강사를 맡고 있는 김효정 프로기사회장이 12일 오후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 "프로바둑 기사는 여성 최고의 직업…자유로움이 가장 큰 매력"

    지난 12일 서울디지털대학에서 만난 김효정(34) 한국 프로기사회장은 '바둑의 전략'이라는 교양과목 방송강의 녹화에 여념이 없었다.

    김효정 회장은 지난 2013년 10월 31일 프로기사회 46년 역사상 첫 여성 회장이자 역대 최연소 회장으로 당선됐다.

    300명이 넘는 바둑 프로기사 가운데 여성 프로기사들의 수는 약 50여명 수준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그녀의 등장은 바둑계에도 여성 파워가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21개월 된 아들을 둔 그는 바둑 강의 외에도 각종 행사 참석과 기업 후원 유치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 회장은 친언니 김현정(38·프로3단) 씨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어 '한일 유일의 자매프로기사'라는 타이틀도 가진 바둑집안 출신이다.

    "어렸을 때는 바둑을 두는 것이 외롭고 친한 친구와 경쟁해야 해서 싫었는데 이제야 진정한 애기가가 된 느낌이에요"

    그는 '프로바둑기사는 여성으로서 최고의 직업'이라는 자부심도 드러냈다.

    "여성 프로기사들은 일 년에 단 2명만 배출되죠. 그만큼 희소성이 있고 활동이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물론 전문직인 만큼 결혼 후에도 대회 출전이나 교습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합니다."

    특히 여성 프로기사들은 '금녀의 집'인 군대와 교도소 등에 대한 바둑 보급에도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분석이다.

    "바둑을 두면 차분해지고 인내심이 생겨요. 모든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하는 버릇도 생기고요. 자연스럽게 폭력이나 왕따문제가 줄고 극단적인 선택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왼쪽부터 하호정 서귀포칠십리 감독과 오정아, 김미리, 문도원 선수.(사진 제공=꽃보다바둑센터)

     

    ◈ 국내 최초의 여자바둑리그 출범…총상금 4억 8천만 원

    지난 13일에는 국내 최초의 여자바둑리그인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도 막이 올랐다.

    여자바둑리그에는 경주 이사금, 서울 부광탁스, 부안 곰소소금, 부산 삼미건설, 서귀포 칠십리, 인제 하늘내린, 포항 포스코켐텍 등 7개팀이 참가한다. 연고지, 트레이드와 방출, 홈·원정경기 제도 등 스포츠 개념을 적용하고, 여성 감독과 외국인 용병 제도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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