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킨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19일 오후 서울 서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 측은 "항공기 승객과 박창진 사무장, 승무원 등에 피해를 입힌 점을 통렬히 반성했다"면서도 "일부 혐의에 관해 법리적으로 다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우선 조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 혐의에 대해,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사건이 일어난 미국 JFK 공항 지도를 짚어가며 "검찰의 지나친 확장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항로는 하늘의 길인 공로(空路)를 뜻할 뿐, 항로에 대한 명백한 정의규정은 없다"며 "이륙하려면 주기장에서 유도로까지 280여m를 이동해야 하는데, 당시 비행기는 약 17m만 이동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장은 박 사무장의 보고에 따라 회항을 결정했고, 조 전 부사장이 위력으로 경로를 변경한 적이 없다"며 "비행기가 푸쉬백(push back)한 줄 몰랐기 때문에 고의로 항로를 변경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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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에 의한 공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업무처리에 관해 여모(54) 상무에게 통상적인 보고를 받았을 뿐,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했다"며 "허위진술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뿐 아니라 박 사무장과 승무원, 기장 등이 모두 흥분한 상태여서 각자 기억이 다를 수 있다"며 "여승무원에 대한 폭행은 인정하지만, 박 사무장의 손등을 책자로 내리친 적이 없어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저해할 만한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즉 기내에서 소란을 피운 행위는 인정하지만, 법적 처벌을 받을 행위는 없었다며 사실상 혐의를 부인한 셈이다.
함께 구속기소된 여 상무 측은 "조 전 부사장이 단순히 승무원의 미숙한 업무처리에 대해 지시했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며 "국토부 조사 전까지는 통상적인 회사업무로 인식했다"고 해명했다.
박 사무장에게 허위진술 등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도 "부담없이 회사에 복귀하도록 나름대로 적절한 방안을 강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고서 등 관련 서류와 이메일, 회사 PC 등을 인멸 또는 은닉하려 한 혐의에 대해 "자신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증거 인멸행위는 대법원 판례상 증거인멸죄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첫 공판이 열린 19일 오후 조 전 부사장이 탄 호송차량이 서울 서부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이날 법정에는 국내외 취재진과 일반인 방청객 등 100여명이 몰려들어 이번 사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30분 재판이 시작되자 풀빛 수의를 입은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 국토부 조사관 김모(53) 감독관이 차례로 들어왔다.
조씨는 고개를 숙인 채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으며, 직접 진술하겠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도 "(할 말이)없습니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RELNEWS:right}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 변경, 안전운항 저해 폭행,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강요 등 5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여 상무를 증거인멸 및 은닉, 공무집행방해, 강요죄 혐의로, 국토교통부 김 감독관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