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D의 공포', 디플레이션 국면이 오느냐 그렇지 않냐를 놓고 한바탕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 있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을 더 풀어 물가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기재부)과, 금리 인하를 통한 인위적인 물가 띄우기는 가계부채를 악화시켜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정반대의 입장(한은)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금리인하 논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세수펑크'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왜 그럴까.
◇ 재정과 통화의 '디플레 공방전'... 누구 말이 맞나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3%를 기록했다. 2년 연속 1%대 초반의 저물가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관리목표 최저선 2.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은 이것이 수요부족(소비위축)으로 촉발된 물가하락으로 인한 경기위축, 즉 디플레이션의 전조라는 시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8월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단계에 와있다"고 말했다가 파장이 커지자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발언을 뒤집은 바있다. 그렇지만 지난해 11월 국회에서는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를 구조적으로 오래 방치할 경우 디플레이션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추가로 낮춰 물가를 띄워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재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KDI의 주장은 보다 직설적이다. KDI는 최근 일련의 보고서를 통해, "디플레이션을 막으려면 통화당국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추가 금리인하를 권고한 셈이다.
그러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생각은 달랐다. 이 총재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통해, "3%대 성장률과 1-2%대 물가를 디플레라고 할 수 없다"며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중앙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통해, "유가하락 등 공급측면의 하방압력 때문에 빚어진 저물가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 등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금리인하는 가계부채만 늘려 위험할 수 있으니, 경제 구조조정부터 먼저하라는 입장이다.
◇ "물가라도 올라야 세금 더 걷혀"...금리인하 압박 더 커질 듯그러나 디플레이션 공포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D의 공포가 거세질수록 금리를 낮춰 물가를 띄워야 한다는 압박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기재부를 비롯한 재정당국이 저물가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금리인하를 압박하는데는 또 다른 속사정이 있다. 바로 갈수록 심해지는 세수부족 문제다.
경상성장률과 물가, 그리고 세금수입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대체로 우리 경제의 경상성장률이 1% 높아지면 국세 수입은 2조원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경상성장률은 실질 성장률에 물가상승률(디플레이터)을 더한 것이다. 결국 경제성장이 더디면 물가라도 올라야 세수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KDI 김성태 박사는 "만약에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물가만 좀 더 받쳐 주더라도 세수확보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작년에는 무려 11조원의 세수펑크가 발생한 상황. 그러나 최근 연말정산 파동에서 보듯 증세나 비과세.감면 축소도 쉽지않아 재정당국은 세수확보를 위해서라도 물가 인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와 새누리당의 합의에 따라, 재정당국은 걷어들인 소득세 수입마저도 오는 4월에 일부 환급해줘야할 처지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