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도매업체들이 몰려있는 상가에 많은 소매업자들이 몰려 발 딛을 틈이 없다. 김구연 인턴기자
한해 외국인 450만명 쇼핑, 국내 패션 허브의 이면무자료 거래에 외국인 뒤섞이며 탈세 온상지 오명
고객 수백만명을 거느린 기업이라면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불릴 것이다. 그런데 이 기업이 현금만 받는다면 어떨까? 바로 국내 패션 산업의 메카라는 동대문 시장 이야기다.
지난 27일 밤. 기자가 가 본 동대문 시장은 다음날 새벽 6시까지 계속되는 ‘야시장’에서 옷을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그 가운데 한 도매업체에서 옷 구매를 시도 했다.
결재 수단을 물으니 종업원은 현금을 요구하며 “도매시장에서는 카드를 받는 곳이 없다”고 ‘충고’했다.
다른 도매가게에 가서 보니 그 점원의 말대로 역시 현금만 받는다고 했다. 도매의 특성상 수십, 수백만 원이 오가는 거래지만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는 업체를 찾기 어려웠다.
한 소매업자는 “동대문 시장에서 현금만 통용되는 것은 수십 년째 이어져 온 관행”이라며 “사업 초기 때 아무것도 모르고 신용카드를 내밀었다가 무안을 당했다”고 말했다.
현금을 받더라도 현금영수증가맹점을 알리는 표지는 없었다. 소득세법 162조 제3의 2항 위반이다.
이 법은 사업장의 연간 매출액이 2,400만 원 이상일 경우에는 현금영수증가맹점의 가입을 의무화화 하고 있다.
2년째 동대문 시장에서 도매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는 소매업자 김모씨는 “한 번도 동대문에서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오히려 현금영수증을 요구하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낯선 곳에서 큰돈을 들고 다니며 거래해야하는 외국 소매상들에게도 나쁜 기억만 남을 뿐이다.
한 중국인은 “한국에서는 카드로 안되는 게 없다고 듣고 왔는데 동대문에선 현금만 받더라. 그래서 현금인출기를 다시 찾아 나선 기억이 있다. 아주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무자료 거래에 이렇게 외국인 구매자까지 뒤죽박죽 섞여 있어서 동대문 도매시장의 매출액은 파악조차 쉽지 않다. 탈세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