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는요?
◆ 김성완> 지난해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이 터진 뒤부터 육군이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놨는데요. 이번에는 장병들이 다수결에 따라서 생활관 규칙을 정하는 자치규율제라는 걸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는 예비역들의 질타가 쏟아졌는데요. 예비역 병장보다 병영 현실을 모르는 군,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일단 김성완 씨, 예비역 병장이시죠?
◆ 김성완> 네, 맞습니다.
◇ 박재홍> 신성한 의무를 하셨고. 저 역시 40개월 근무를 꽉 채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얘기를 해 볼 텐데, 장병들이 다수결에 따라 규칙을 정한다, 예를 들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 김성완> 모 방송사에서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을 해서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요. 여군편이 방송되기도 했잖아요. 훈련소에 입소한 멤버가 관등성명을 제대로 복창하지 못해서 애를 먹는 장면이 나왔었습니다. 이 관등성명이라는 건 군에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장교든 병사든 누구를 부르면 관등성명을 복창해야 하잖아요. 누구누구야 이렇게 부르면 '이병 홍길동'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건데요. 그런데 병사들끼리 다수결로 규칙만 정하면 이런 관등성명을 복창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또 군에서 유일한 낙이 있잖아요, TV시청.
◇ 박재홍> TV 봐야죠.
◆ 김성완> 걸그룹이 나오면 인기가 폭발하는데요. 이 TV 채널선택권도 후임병들한테는 사실 별로 없잖아요.
◇ 박재홍> 각 잡고 앉아 있어야죠, 어디 선택을 합니까?
◆ 김성완> 계급이 높은 병장이 리모컨을 손에 쥐면 그걸로 끝나게 되는데요. 이것도 계급에 상관없이 다수결로 채널 선택을 할 수 있다, 뭐 이런 겁니다.
◇ 박재홍> 병장이 있어도, 일병들이 모의해서 저희들은 CBS를 보겠습니다, 그러면 CBS를 봐야 되는 거네요.
◆ 김성완> 그렇죠. 그렇게 되는 거고요. 육군이 공개한 제도가 이외에도 다양한데요. 쓰레기를 무단투기 하다가 적발되면 벌금을 내자, 이런 것도 있고요. 취침 5분 전에 모든 장병이 옆에 누운 전우에게 덕담을 한마디씩 하자, 이런 것도 있습니다.
◇ 박재홍> 부담스럽네요.
◆ 김성완> 그리고 샤워를 매일 하루에 한 번씩 하자, 속옷을 하루에 한 번씩 갈아입자, 이것도 다수결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6개월 단위로 침대위치를 바꾸자, 전역자 선물을 금지하자, 이런 것도 있습니다. 육군은 자치규율제가 선진병영기풍을 조성하고 건전한 시민의식을 키우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 박재홍> 어찌됐든 병영문화를 바꾸려고 이렇게 하는 것인데, 하지만 군대라는 곳은 상하관계에 따른 계급사회 아닙니까? 그러면 다수결로 TV채널을 선택한다, 가능할까요?
◆ 김성완> 육군이 이런 대책을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대책이라고 내놓는 게 사실은 넌센스인 것 같습니다. TV볼 때 다수결로 채널을 선택하고 관등성명을 안 대면 군대에서 폭력이 사라질까요? 속옷, 내의 갈아입으면 건전한 시민의식이 조성이 되나요? 그래서 묻고 싶은데요. 뭐 육군 입장에서는 반론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수결이 몸에 배면 나중에 폭력도 좀 줄어들고 건전한 시민의식이 형성이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다수결도 다수결 나름인 것 같습니다. 병장이 TV를 보려고 켠다, TV를 켜고 있는데 일병과 이병이 우루룩 들어와서 자, 다수결로 딴 거 볼 사람… 이렇게 손들면 병장이 마음대로 못한다, 이런 것도 사실 좀 이상한 것 같고요. 예를 들면 육참총장이 TV를 보고 있는데 소장, 중장같은 장성들이 쭉 들어와서 우리 딴 거 보고 싶은데 채널 바꾸겠습니다, 다수결이니까 바꿔도 되죠? 라고 얘기하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니겠어요? 과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 박재홍> 그러게요.
◆ 김성완> 관등성명 복창을 금지한다고 하는 것도, 사실은 뭐 신병을 괴롭히는 그런 측면으로 좀 변질된 게 있기는 있었거든요. 이병 들어오면 툭 건드리기만 해도 '이병 누구누구' 이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렇다고 이걸 없애는 것만이 능사인가,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선임병이 "야, 너 누구야?"라고 물어보면 "네, 저 말입니까? 저는 홍길동인데요." 이렇게 대답하면 좀 이상하잖아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성완> 이걸 없앤다고 얘기를 하는 게 병영문화 개선하고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듭니다.
◇ 박재홍> 군대를 처음 가면 군인화하기 위한 핵심이잖아요. '요'로 말하지 않고.
◆ 김성완> '까'로 얘기를 하잖아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그것도 없애겠다, 그런 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무튼 병사 계급도 없애고 지난해에 보면 '용사'로 용어를 통일하자 이런 방안도 있었잖아요.
◆ 김성완> 그건 이제 병영문화 혁신위원회에서 논의했던 안이고. 결국은 채택은 안 됐는데요. 병사 계급을 용사로 통일하자 이런 거였었습니다. 우수용사는 분대장격인 용장으로 선발하고 최전방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는 용사는 전사라고 부르자, 그때 얘기를 들었을 때 무슨 게임 캐릭터 이름 부르는 줄 알고 좀 헷갈렸었는데요. 이것도 사실은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왜냐하면 이것도 역시 마찬가지로 장성하고 비교를 하면 돼요. 우리 지금 장성도 4성 체계로 되어 있잖아요. 이걸 소장과 중장으로 이원화 체계로 바꾸자고 한다거나 아니면 그냥 모두 별하나, 원스타로 바꾸자고 하면 그러자고 하겠습니까? 그러자고 말 안 할 거 아니겠어요?
◇ 박재홍> 계속 대책은 나오고 혁신, 혁신 부르짖는데 왜 이렇게 대책이 겉돌고 있습니까?
◆ 김성완> 이유는 간단한 것 같습니다. 개혁대상이 개혁을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내가 내 스스로 살을 깎고 뼈를 깎는 작업을 하는 것이 어렵잖아요. 그러면 누군가가 같이 고통을 분담하는 이런 게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걸 군이 잘 못하는 게 아닐까. 그 이면에는 우리보다는 군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고 하는 약간 그런 의식 같은 게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병영문화 혁신대책을 장성이나 간부들이 만들 게 아니라 예비역들을 한번 불러다 놓고 예비역들한테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라고 한번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 박재홍> 예비역 병장들.
◆ 김성완> 아마 예비역들, 병장을 한데 모아놓고 제대로 좀 군을 어떻게 개혁할지 물어본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안은 나오지 않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 박재홍>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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