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가 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공안당국이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를 상대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면서 지나치게 종북몰이 수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김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물품 중 다수의 이적표현물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저술했다는 <영화예술론> 등 북한 원자료 6점을 포함한 인쇄물 30점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에 최종 확인을 의뢰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적표현물 확보는커녕 압수수색을 마치기도 전에 이미 대공 업무를 맡는 보안수사대 인력을 중심으로 70여 명이 넘는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렸다.
검찰 역시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서울 중앙지방검찰청 공안 1부 검사를 특별수사팀에 전격 배치시키며 이례적으로 1개 사안에 대해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차려졌다.
경찰은 또 "사건 당일인 5일부터 김씨의 휴대전화와 금융계좌를 정밀 분석해 공범 및 배후세력 여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처음부터 김씨에 대한 검경 수사의 칼끝이 살인미수와 외교사절 폭행, 업무방해 등 3가지 혐의를 뛰어넘어 종북 배후세력 색출로 향한 모양새다.
당연히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북한 전문가들은 숭실대학교 통일정책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김씨가 "연구 목적으로 북한 책자를 소지했다"고 해명한 것은 충분히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북한 원전은 보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자료"라며 "전문가가 아닌 단순히 북한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도 북한 원전을 접할 기회가 많고 소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단독범행임을 나타내는 정황이 상당 부분 드러났는데도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무리한 수사를 벌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이번 수사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국가보안법 수사"라고 비꼬았다.
이 변호사는 "이번 범행과 이적표현물 소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국가보안법 1조 2항대로 국가보안법의 해석·적용은 국가 안보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보안법상 뚜렷한 목표를 갖는 이적목표성이 갖춰져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며 "단순히 이적성이 의심되는 책자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미 구속된 김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은 전시성, 여론 몰이 수사"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배후세력을 언급하면서 수사의 첫 단추가 종북 몰이에 맞춰졌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다른 시민단체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은 배후를 찾을 수 없는 극단적 민족주의자의 돌출행동"이라며 "청와대와 검찰, 경찰만 냉정을 찾으면 된다"고 냉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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