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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가능 vs 임계치' 엇갈리는 진단…가계부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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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가능 vs 임계치' 엇갈리는 진단…가계부채 괜찮은가

    자산 거품 깨지는 가계부채 폭탄 보다는 경제 질식 위험 더 커

     

    맥킨지는 최근 한국을 세계 7대 가계부채 취약국에 포함시켰다. 또 국가미래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이제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여전히 가계부채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가계부채의 위험은 어느 정도까지 왔을까.

    수치상으로 최근 1년 동안 가계 빚은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089조원으로 1년 만에 67조원 넘게 불어났다. 증가율은 6.6%. 작년 경제성장률3.3%를 감안하면 경제 성장속도보다 가계 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정확히 2배 더 빨랐다.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을 넘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정부는 아직 관리가능한 수준이라 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바로 부동산의 담보가치다.

    ◇ "부동산 오르지도 않겠지만 폭락 가능성도 낮아"

    금융위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은 "대출의 70% 정도가 고소득에 집중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상환능력이 양호하고, 부동산을 포함한 총 자산은 총부채대비 5배 이상 커 부채의 담보력도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대출의 80% 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인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지 않는 이상, 자산의 담보가치가 부채 총량보다 더 많아 아직 위험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금융 현장에서도 부동산 자산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부동산관련 고객상담센터 부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디플레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집값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그렇지만 추세적으로 크게 (집값이) 오르기도 힘들기 때문에 차익을 내는 것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투자를 할 정도로 크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반대로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낮다는 얘기다. 부동산 폭락으로 자산 거품이 깨지면서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개연성은 아직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폭탄은 부동산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 터질 수 있다. 바로 가계 소득문제다. 평범한 직장인인 A씨(39)의 사례에서 문제를 찾아보자.

    ◇ 빚 갚느라 돈 마르는 가계

    A씨의 월급은 400만원 남짓 된다. 주택자금 대출에 회사대출까지 내서 집을 샀고, 10살과 6살된 자녀에 외벌이다. 교육비 100만원에 보험료(40만원), 통신비(20만원), 주유비(20만원), 대중교통비(10만원), 아파트 관리비(30만원) 등 고정비로 120만원이 들어간다.

    또 지난해 집을 사면서 대출 이자만 월 70만 원씩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회사에서 빌린 주택자금의 원금 상환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연말부터는 110만 원이 지출될 예정이다.

    이것저것 빼고 나면 연말부터는 네 식구가 10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버텨야 한다. 한달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한데, 설상가상으로 2017년에는 주택자금대출 원금 상환도 시작된다.

    A씨의 사례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0%를 넘는다. 쓸 수 있는 돈보다 부채가 1.6배 더 많아 사실상 원리금을 갚고 나면 돈이 말라버리는 상황이다.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를 몰고온 서브프라임 사태 때 미국 가계의 부채가 가처분 소득의 1.3배였는데 우리는 이미 이 수준을 넘었다.

    ◇ 저성장 여파…저소득층부터 가계부채 위험 도미노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실제로 빚 갚느라 쓸 돈이 없어 소비를 못하고, 이것이 내수부진과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현상, 바로 디플레이션 조짐이 각종 경제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가 폭탄으로 작용하기보다 경제를 짓눌러 질식시키는 상황으로 가는 양상이다.

    저성장 국면에서는 자산가치나 소득이 크게 상승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빚을 내 집을 샀거나 아예 담보없이 신용대출을 한 계층이 폭탄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연구원 임진 거시국제금융실장은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따질 때는 어느 부분에 대해 심각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은행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만 경기 회복이 부진하고 가계소득이 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저소득층의 개인파산 문제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만에 하나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하면 우리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금리를 감당할 수 없는 위험 가구부터 도미노로 쓰러지면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RELNEWS:right}

    때문에 가계부채가 더이상 늘어나지 않게 하면서, 위험가구의 부채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할 상황이지만, 정부는 오히려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이번에 금리까지 내려 경제주체들의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관리협의체까지 꾸려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까지 엇박자를 낸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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