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홍치성 (부산진소방서 소방장)
주말 동안 한 남성이 컵라면을 먹는 사진으로 인터넷이 뜨거웠습니다. 시커멓게 변한 방화복을 입은 사진 속의 남성은 야외에서 젓가락을 들고 있었는데요. 이 남성은 막 화재 진압을 끝냈던 부산의 한 소방관이었습니다. 지난주 부산의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차량 570대가 타는 대형 화재가 있었는데요. 이 컵라면은 그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의 한 끼 식사였던 겁니다. 이 사진을 보고 고맙다, 미안하다, 뭉클하다. 전국의 누리꾼들이 소방관에게 응원과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요. 화제의 인터뷰, 사진 속 주인공을 만나보겠습니다. 부산진 방서의 홍치성 소방장 만나보죠. 소방장님, 안녕하십니까?
◆ 홍치성> 안녕하십니까. 부산진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방장 홍치성입니다.
◇ 박재홍> 반갑습니다. 우리 홍치성 소방장님이 베테랑 소방관이란 말씀을 들었는데요. 몇 년째 근무하고 계신가요?
◆ 홍치성> 네. 지금 15년째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2000년도부터 시작하신 거네요?
◆ 홍치성> 그렇습니다.
◇ 박재홍> 제가 소방장이라고 소개를 해드렸는데요. 이게 계급인 거죠?
◆ 홍치성> 그렇습니다. 소방장 계급입니다.
◇ 박재홍> 그러면 소방장의 위, 아래에는 누가 있는 건가요?
◆ 홍치성> 제 위로 팀장님도 있고요. 제 밑으로는 같은 대원들이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지금 컵라면을 드시고 있던 장면이 화제인데요. 그 장면이 정확히 언제였던 겁니까?
◆ 홍치성> 정확한 시간은 알 수가 없지만요. 지난 4월 3일(금) 새벽에 큰 불길을 잡고 잔화 정리를 위해서 내부 진입한 뒤에 공기호흡기 교체를 위해서 잠시 나왔으니까요. 한 오전 8시쯤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당시가 부산의 중고차 매매단지 화재 현장이었죠? 진압도 상당히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 홍치성>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검은 연기와 불꽃이 상당히 많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먼저 최초로 투입되었던 모든 직원들이 힘겹게 작업하고 있었고요. 게다가 중고차 매매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수의 차량이 상당히 많이 밀집돼 있었고요. 그리고 또 차량 화재의 특성상 주위로 아마 연소가 많이 된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래서 진압이 6시간이나 걸렸던 거고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네요.
◆ 홍치성> 네. 그렇습니다. 저희들도 상당히 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렇게 힘들게 불 끄고 오시면 기분이 어떠세요?
◆ 홍치성> 이제 다 끝났구나, 이런 안도감도 많이 들고요. 그리고 계속 있었던 긴장감 같은 것들이 풀리기 때문에 피로가 한꺼번에 많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당시 새벽 2시 30분이 투입되어서 6시간 넘게 진압하신 거잖아요.
◆ 홍치성> 네.
◇ 박재홍> 그리고 진압을 끝낸 상황에서 컵라면을 드신 거네요?
◆ 홍치성>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당시 사진 찍히는 거 아셨어요?
◆ 홍치성>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웃음)
(자료사진 : 부산경찰 페이스북)
◇ 박재홍> (웃음) 그 상황에서 사진을 찍는지 파악하시기엔 정신이 전혀 없으셨겠죠. 당시에 화재 진압하신 후에 드셨던 컵라면의 맛은 어땠습니까?
◆ 홍치성> 작업 후에 땀을 많이 흘리고 잠시 쉬면서 저희 직원들이 컵라면을 한 번씩 같이 앉아서 먹는데요. 그 맛은 솔직히 안 드셔본 분들은 모를 정도로 맛이 정말 좋습니다.
◇ 박재홍> 그리고 새벽이었으니까 쌀쌀했을 거 아닙니까? 따끈한 국물맛이 아주 좋았을 것 같은데요.
◆ 홍치성> 그렇습니다. 저희도 현장에서 항상 작업을 해보면 한겨울이라도 저희가 땀을 좀 많이 흘리고 밖으로 나오는데요. 땀이 좀 식다 보면 저희들이 상당히 추위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따뜻한 국물이 몸 속에 들어가면 그 추위도 조금 풀리고 그렇습니다.
◇ 박재홍> 이렇게 고생하시고 그 가운데에서 땀을 흘리면서 또 어렵게 식사하는 모습 보니까 많은 누리꾼과 국민들이 격려해주신 것 같아요. 그런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너무 고생하시는데 밥이라도 더 좋은 여건에서 드셨으면 어땠을까, 이런 마음을 품은 거 아니겠습니까. 또 재정이 풍부한 곳에는 밥차도 있다, 이런 말도 있던데요.
◆ 홍치성> 저희들은 잠시 쉬면서 휴식을 취하더라도 현장 상황이 급박하게 변할 수 있으니까요. 언제 변할지 모르고 항상 출동 대기를 하는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저희들이 항상 그런 식으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 장면 보시면서 동시에 미안하다, 또 고맙다 이런 반응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그런 반응 보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 홍치성> 그 부분을 제가 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뿐만 아니라 저희 소방에 대해서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또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뭉클하다, 미안하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분들한테 제가 오히려 뭉클한 감정을 많이 느꼈고요. 그렇게까지 소방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주시는 부분에서 제가 오히려 뭉클함을 느꼈고요. 앞으로는 좀 더 열심히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박재홍> 가족들도 소방장님이 유명해진 거 알고 계시죠?
◆ 홍치성> 네, 알고 있습니다.(웃음)
◇ 박재홍> (웃음) 사모님은 뭐라고 하세요?
◆ 홍치성> 집사람은 특별한 말은 없는데요. 그렇게 썩 밝은 표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왜 속상하셨을까요?
◆ 홍치성> 아무래도 그런 사진이 작업 후에 약간 좀 초췌한 모습이니까요.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남편의 모습이 좀 멋있고 늠름하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약간 좀 피곤한 모습 그리고 힘들게 라면 드시는 모습이 있으니까 안타까우셨군요.
◆ 홍치성> 네. 아마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감동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전해주시면 좋겠고요. 무엇보다 자녀들도 굉장히 좋아했을 것 같아요.
◆ 홍치성> 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2학년 딸 2명 있습니다. 큰 녀석은 자랑스럽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고요.
◇ 박재홍> 첫째 아들이요.
◆ 홍치성> 네. 둘째 딸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라면이 맛있었냐고 이렇게 물어보고요.
◇ 박재홍> (웃음) 그렇군요. “아빠, 라면 맛있어?” 이렇게 따님이 말했군요. 우리 아빠들도 딸바보 아닙니까. 그런 말씀을 들으셨을 때 어떠셨어요? 우리 딸이 “맛있어?” 이 말 들었을 때요.
◆ 홍치성> 제가 라면 끓여준다고 그랬습니다.(웃음)
◇ 박재홍> (웃음) 그래요? 그래서 아빠랑 맛있게 먹자, 이런 말씀을 하셨군요.
◆ 홍치성> 예.
◇ 박재홍> 또 저희 뉴스쇼에서 여러 차례 전해드렸었는데요. 현직 소방관들, 현장의 처우와 근무환경이 좋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은데요. 어떻습니까?
◆ 홍치성> 아마 국민 여러분들께서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요. 담당 부서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을 것인가 고심을 많이 하고 계시기 때문에요.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다 바뀌기는 힘들 거고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현장에 느끼시기에 제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뭐라고 느끼세요?
◆ 홍치성> 저는 개인적으로 인력 보강에 있어서 조금 빨리 보충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 박재홍> 현장에 인원이 조금 부족하다는 말씀이시고요. 마지막으로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단하게 전해주실까요?
◆ 홍치성> 아무것도 아니고 저희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인데요. 이렇게 많이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또 혹시 각종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소방관들을 만나게 되면 수고했다, 이런 따뜻한 말씀을 건네주시고요. 시원한 생수 한 잔 주시면 저희들이 정말 보람을 느끼고 힘이 많이 생깁니다. 또 항상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119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 박재홍> 차가운 냉수 한 잔이면 충분하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 잘 챙기시면서 일하시면 좋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홍치성> 감사합니다.
◇ 박재홍> 부산진소방서의 홍치성 소방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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