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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월호광장 날아든 '새야새야'…"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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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세월호광장 날아든 '새야새야'…"잊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문화예술인 대책모임 '시행령 폐기·진실규명 촉구 긴급 기자회견' 현장

    8일 오후 서울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시행령 폐기' 촉구 문화예술인 긴급 시국선언에서 퍼포먼스 '새야 새야'가 펼쳐지고 있다.

     

    8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커다란 비닐로 만든 깃발 10여 개가 나부끼는 가운데 서글픈 노래가 울려 퍼졌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이 가슴에 앉아 보렴.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 노래 몰고 가렴."

    노래에 맞춰 무거운 몸짓의 춤을 추던 두 사람. 그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노란 종이배를 하나 하나 집어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 준다. 그 배를 받아드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겁다.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세월호 문화예술인 대책모임 '연장전'이 이날 벌인 퍼포먼스 '새야 새야'는 '예술, 진실을 인양하라'는 슬로건과 같은 맥락에서, 실종자 9명과 함께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의 인양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폐기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았다.

    이 퍼포먼스가 포함된 '세월호 시행령 폐기 및 진실 규명 촉구 문화예술인 긴급 기자회견'의 사회를 본 문화연대 이원재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깃발은 바로 우리의 현실인 텅빈 마음"이라며 "이는 단 하나의 진실도 찾아내지 못한 반민주적인 박근혜정부에 대한 우리의 마음으로, 진실을 넘어 진심을 인양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설치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대표로 나선 소설가 윤정모는 울음 섞인 목소리 탓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우리는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한다. 세월호가 침몰했다. 대한민국은 지옥의 문턱에 서 있었다. 우리 곁에서 304명이 떠나갔다"며 "우리는 304명의 생명이 소멸되는 잔인한 시간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세월호는 304명의 생명과 함께 진실을 품은 채 어둠 깊숙히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이어 "박근혜정부가 열어버린 지옥에서 우리는 생명보다 죽음에, 진실보다 왜곡에, 슬픔보다 분노에, 애도보다 투쟁에 익숙해져야 했다"며 "우리는 이 지옥에서 새로운 삶의 가치와 연대를 만들어 낼 진심들을 반드시 인양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304개의 우주를 기억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우리는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 만들려는 것"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시행령 폐기' 촉구 문화예술인 긴급 시국선언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 자리에 모인 문화예술인 50여 명은 "세월호 시행령 즉각 폐기하라" "진실을 규명하라" "진심을 인양하라" "박근혜정부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여러 차례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은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뒀지만 진실규명이 여전히 외면당하는 상황에서, 정부에 그 책임을 묻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자 마련됐다.

    작가 윤정모는 시작을 알리는 인사말을 통해 "참담한 1년이었다. 국민들은 아이들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 하고 엄마들은 자기 자식 생각해서 매일 울고 있다"며 "세월호를 인양해 참혹한 현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가족 대표로 지지 발언에 나선 '유민아빠' 김영오 씨는 "다시 이곳 광화문에 내몰리면서 보다 절박해진 것은 유민이가 더 보고 싶고 유민이에게 더 미안하다는 점"이라며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지금 삭발을 하고 길에 나온 우리는 시행령이 특별법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쓰레기 시행령'이라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죽는 것보다 괴롭게 사는 유가족의 단 하나 바람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의 생명이 다른 생명을 지켜 주는 영원한 꽃으로, 별로 기억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 애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움직이지 않으면, 분노하지 않으면 세상은 앞으로도 괴물"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시행령 폐기' 촉구 문화예술인 긴급 시국선언에서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 씨가 시행령 폐기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날 함께한 모든 문화예술인들은 두세 문장의 짧은 연설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각자의 각오를 전했다. 인상적인 발언들을 전한다.

    "아이들의 꿈과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를 심장이 뛸 때마다 기억하겠습니다."

    "진실의 반대편에는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 있습니다. 세월호 관련 사항은 망각에 대항하는 투쟁이며, 잊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시행령 폐기 및 진실 규명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믿습니다."

    "2학년 3반 윤민이 언니입니다. 이번에야 말로 동생을 지키고 싶습니다. 희생자들의 죽음만이라도 지키고 싶습니다."

    "묻습니다. 살만 합니까? 봐 줄 만합니까? 움직이지 않으면, 분노하지 않으면 세상은 앞으로도 괴물일 것입니다."

    "아이들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죽은 진실은 되살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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