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문화·예술·언론·연예계에서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이 '세월호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기사 싣는="" 순서="">
① '예능 대세' 유병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② 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③ 세월호 가족에게 '가족'으로 불리는 언론인
④ "1주기 지나면 언론은 또 썰물처럼 다 빠지겠죠"
⑤ "단상 위 대통령과 무릎 꿇은 母…내겐 충격적"
⑥ 배우 최민수, "세월호 참사는 미래에 대한 수장식"
⑦ '세월호 1주기'…다큐 영화 '다이빙벨'이 남긴 것
⑧ 형제자매들…"부모님 앞에서 슬픈 내색 못해요"(계속)
임상미술치료 전문가 김선현 교수
"등교할 때 텅 빈 언니,오빠 방을 볼 때면 마음이 아려요."
"부모님이 저렇게 슬퍼하는데 제가 어떻게 힘든 내색을 하겠어요."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이 지난해 미술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꺼낸 이야기다.
김선현(47, 차의과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교수는 작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제자들과 함께 단원고 학생, 희생자의 형제자매, 소방대원 등을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천안함 사건 유족, 연평도 포격 피해주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 등 국내외 트라우마 현장에서 꾸준히 미술치료 활동을 벌였다.
이중 청소년들과는 미술치료를 1대1로 진행했고, 함께 놀이공원에 가거나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미술치료 과정에서 유가족은 현실부정, 슬픔, 억울함, 죄책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다양하게 드러냈다"며 "참사 직후부터 난무한 악플과 유언비어, 비난에 더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17년을 함께 한 단짝친구. 형제자매들은 갑자기 언니와 오빠, 형과 동생을 잃었지만 힘든 내색조차 할 수 없어 답답함을 호소했다. "집에 가면 부모님이 너무 슬퍼하니까 자기 감정을 억누르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생활해야 하니까 슬픔을 감추는 거죠." 다행히도 이들은 미술치료 이후 눈에 띄게 호전됐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마음을 표현해요.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니까 답답함이 가시는 거죠."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이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차원에서 미술치료 같은 예술치료를 적극 지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 교수는 "갑자기 사고를 당하면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고, 인지기능이 급격히 떨어져서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하기 힘들다"며 "심신이 피곤할 때 미술은 마음을 표현하는 좋은 도구가 된다"고 했다.
숱한 재난 현장을 겪은 베테랑이지만 김 교수에게도 전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는 세월호 참사 현장은 쉽지 않은 곳이었다. "치료할 때는 담담한 척했지만 뒤에서는 많이 울었어요. 미술치료사라는 직업을 떠나 저도 고3 아이를 둔 엄마니까요."
그러면서 "작년 10월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축제에서 환풍구가 붕괴되는 사고가 났을 때도 현장에 투입됐다.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지만 인재(人災)로 인한 대형참사가 빈번해 안타깝다"고 했다.
대한트라우마협회장인 김 교수는 지난 3월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유엔 제3차 세계재난위기경감 회의(WCDPR)에 특별 초청돼 '한국의 재난을 통해 본 트라우마와 정신건강'에 관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발표에서 전 국민이 세월호 참사에 아파한 이유와 응급 심리지원 방법으로서 미술치료의 효과를 설명하고 재난 예방 및 극복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미국,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은 재난이 닥치면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신속하게 움직여요. 각 부처마다 심리지원팀이 있어서 피해자와 그 가족까지 지속적으로 심리지원을 하죠. 가령 미국은 해외에 파병됐던 군인이 돌아오면 이들이 빠른 시일 내에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외상과 심리치료를 병행해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