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자체적인 생산성 향상 등 노력으로 원가절감을 이뤄 경쟁력을 높이는 건 백 번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목표 수치까지 제시하며 강요하는 원가절감이라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하청 중소기업을 위한 원가절감이 아니라 사실상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제조업 원가절감 실태 조사' 결과는 대기업의 일방적인 원가절감 강요로 중소기업들이 겪는 고통의 실상을 드러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과 하청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1,000개에 '원사업자의 원가절감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설문지를 발송했다.
240개 중소기업이 설문에 응했는데 '매우 적절하지 않다' 9.2%를 포함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64.2%였다.
적절하다는 답변은 35.8%에 그쳤다.
원가절감 요구가 적절하지 않은 이유로는 '원사업자 이익 추구를 위한 일방적 강요'가 42.9%로 가장 많이 꼽혔고, '관행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20.8%나 됐다.
대기업의 원가절감 요구에 따른 어려움(복수 응답)은 '수익성 악화'가 72.1%로 압도적이었다.
원가절감을 위해서는 기술개발 등 생산성 향상이 바람직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여의치 않고, 재료비나 인건비를 낮추는 데도 한계가 있어 결국 이익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근무여건 악화(28.8%), 품질 저하(15.8%), 투자 여력 감소(10.4%) 등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원가절감 강요로 겪는 고통으로 꼽혔다.
대기업의 원가절감 요구 수준은 3%~5% 미만이 41.7%로 가장 많았고 이어 3% 미만(37.1%), 5%~10% 미만(18.8%) 순이었는데, 10% 이상 요구한다는 응답도 2.5%가 나왔다.
하청 중소기업들은 원가절감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복수 응답)으로 '기술개발·비용절감을 위한 지원 강화'(36.7%)와 '원가절감 성과에 대한 보상 강화'(25.8%) 등을 요구했다.
특히 18.3%는 '과도한 원가절감 요구에 대한 처벌 강화'를 들어 대기업의 원가절감 요구로 중소기업들이 겪는 고통의 강도를 짐작하게 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기업의 과도한 원가절감 요구로 중소기업이 성장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며 "원가절감 성과가 R&D 등 핵심역량 강화로 이어지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