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마음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지난 10일 서울 안암동에 있는 고려대에서 학술세미나 '세월호 참사와 문화연구'가 열린 이유입니다. 한국언론학회와 언론과사회연구회 주관으로 열린 이 자리에서 발표된, 1주기를 앞둔 세월호 참사를 바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1주기 앞둔 '세월호 참사' 왜 해결은 커녕 논쟁만 격해질까
② "세월호 참사 경유해 온 '대학'은 이윤추구 '공장'"
③ "세월호 참사에 '공분'했던 여론…'양분'된 이유 있다"
④ 왜 잊히나, 끝까지 세월호 승객 구하다 목숨 잃은 노동자들(계속)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인양을 촉구하며 열린 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참가자들이 청와대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 최루액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1. 세월호 승무원 고(故) 박지영 씨는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 선원이 마지막이야"라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박 씨는 50여 명의 승객이 무사히 다른 출구로 건너가도록 도왔다.
#2. 세월호 아르바이트생이던 김기웅 씨와 승무원 현선 씨는 예비부부였다. 둘은 동료들과 승객들을 대피시킨 뒤 다시 선내로 들어가서 구조활동을 벌이다 나란히 목숨을 잃었다.
#3.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 씨도 "지금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된다. 은행통장에 돈이 있으니까 큰아들 학비 내라"고 말한 뒤 목숨을 바쳤다.
#4. 단원고 교사들 역시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죽음을 피하지 않았다.
박성우 우송대 방송미디어학부 교수는 '4·16과 빈곤화 국면분석: 행위자-네트워크적 시선'이라는 주제 발표에 대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사라지는 행위자'는 누구이며 '강화되는' 그리고 '새로 진입하는' 행위자는 누구인지 변화의 추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빈곤화 네트워크'는 자본주의의 가장 보편적이고 강력한 체계다. 이는 자본과 국가의 공모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학생들과 일반승객들 못지 않게 잊히고 있는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바로 마지막까지 승객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이라며 "세월호 국면에서 거의 잊히고 배제됐던 행위자는 바로 노동자 민중의 축적된 경험과 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 민중의 지식·기술·경험, 곧 공감·소통·유대의 능력은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원동력일 뿐 아니라 피치 못할 사고 앞에서도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버팀목"이라며 "이러한 사회·기술적 역량을 존중하고 충분히 반영해 동원할 수 있는 사회와 시스템만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자본가와 정부가 보호하려는 것은 '생명' 아닌 '자본'"박 교수는 한국 사회의 사회·기술적 역량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가와 정부가 보호하려는 것은 '생명'이 아닌 '자본', 곧 물질적 이윤인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의 사회·기술적 역량에 대한 간섭과 통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는 "물질적 이윤의 안정은 본질적으로 노동자 민중의 엄청난 위험과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위험작업의 확대, 최소한의 안전설비 등이 기업의 효율성이자 이윤 증대의 조건, 측 자본 안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행위자"라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갈수록 강력해지는 빈곤화 네트워크는 노동자 민중뿐 아니라 수많은 관료, 공무원조차 '탈기술화' '탈지식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견해다.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