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 = 스마트이미지 제공)
"수십년동안 꼭지에 물기가 남아있는지, 말랐는지 살펴보고 신선한 수박을 골라왔는데 갑자기 꼭지가 사라지면 도대체 뭘 보고 고르나요?"
정부가 '꼭지를 거의 남기지 않은 수박'의 유통을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에 15일 백화점 식품매장을 찾은 주부 정 모씨(71.서울 본동)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전날 농식품부는 지금처럼 꼭지를 영문 'T'자 모양으로 다듬지 않고 불과 1㎝ 정도만 남긴 수박을 이달부터 하나로마트 등 농협을 통해 시범 유통시키겠다고 밝혔다.
긴 꼭지와 경도(딱딱한 정도)·당도(단맛 정도)·과육(과일 속살)·색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만큼 수확 비용 절감 등의 차원에서 꼭지 없는 수박의 유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수박 꼭지로 신선도·질을 확인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정 씨와 같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농업 전문기관들 사이에서도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내용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http://aglook.krei.re.kr/jsp/pc/front/consumer/farmTipFrutVeget.jsp)는 '농축산물 구매 요령'에서 수박 선별법과 관련, "외형상 크기가 큰 것이 상품이고, 껍질이 얇고 탄력이 있으며 꼭지부위에 달린 줄기 부분이 싱싱한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도 홈페이지(www.naqs.go.kr) '농산물표준규격정보' 코너에서 수박의 등급 규격 기준을 소개하며 "꼭지가 시들지않고 신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당황스럽기는 신선 과일을 취급하는 유통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꼭지 없는 수박' 도입 정책을 발표하기 앞서 유통업체 담당자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통업계 과일 담당자들은 "우리는 산지를 직접 찾아 당도 등을 보고 물건을 고르기 때문에 꼭지 유무가 질과 상관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소비자의 입장은 다를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랫동안 꼭지를 보고 신선도를 판단해온 소비자 입장에선 수박 선택의 기준이 없어지는 셈인데, 유통업체가 이 같은 고객의 불편과 혼란을 무시하고 꼭지 없는 수박의 물량을 과연 얼마나 늘릴 수 있겠냐는 이야기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관련 내용을 홍보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꼭지 없는 수박의 질을 보증해야만 대량 유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도 수박의 등급 규격 기준을 고치고 수박 판매대 옆에 당도·입고일 등을 적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