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세월호 유족 "정부 사과없이 추모식에? 아이들 모욕"

사회 일반

    세월호 유족 "정부 사과없이 추모식에? 아이들 모욕"

     


    -사고후 사표제출, 누나는 법학과로 진로변경
    -앞으로도 힘든 길 가겠다는 점이 마음 아파
    -아빠위해 수제기타 만들겠다던 아들 생각나
    -"아들아, 아버지는 끝까지 진실을 캘 것이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박종대 (故 박수현 학생 아버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다시 돌아왔지만 이분들에게 봄은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에 멈춰 있습니다. 바로 세월호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분들이죠. 유족들은 그동안 팽목항에서, 광화문거리에서 또는 국회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 왔습니다. 지금 이 시간, 세월호 가족들 지난 1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수현 아빠, 박종대 씨에게 전해 들어봅니다. 아버님, 나와 계시죠?

    ◆ 박종대> 네, 안녕하십니까. 박종대입니다.

    ◇ 박재홍> 참 세월이 빠르네요.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지난 1년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 박종대> 개인적으로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아이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 아이에 대한 미안한 감도 있었고 또 업무 부적응 문제로 인해서 작년 7월 말 회사를 그만뒀고요. 지금은 이준석 선장 등 항소심 사건 그다음에 청해진 항소심 사건,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판을 적극적으로 감시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진상규명과 관련된 일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리고 우리 수현 군의 누나도 동생 생각 때문에 법학과에 진학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 박종대> 네, 해경이라든가 정부에서 당연히 구할 수도 있었던 그런 부분을 구조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평상시에도 어떤 의문과 또 엄중한 책임감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법학과에 지원해서 지금은 법학도로서의 첫발을 떼고 있습니다.

    ◇ 박재홍> 우리 따님이 공부 열심히 해서 세상을 바꿔주면 좋겠네요.

    ◆ 박종대> 저도 그렇게 많이 희망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리고 우리 수현 군.. 참 요즘도 생각이 많이 나셨을 텐데. 어떤 아들이었습니까?

    ◆ 박종대> 저는 줄곧 이렇게 얘기하죠. 저에게 수현이는 친구이자 동지이자 삶의 기둥이었다고 얘기를 항상 합니다. 그리고 수현이는 아주 어려서는 공룡을 많이 좋아했고, 조금 자라서는 남이 듣든 남이 듣지 않든 음악 얘기하는 것만 뺀다면 어디 내놔도 항상 자랑스럽고 믿음직한 아들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어릴 때 공룡을 좋아했다는 말씀을 들으니까 저희 집에 있는 어린이도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아버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우리 수현 군 언제 제일 많이 생각이 나세요?

    ◆ 박종대> 항상 생각이 많이 나는데 아주 심하게 생각날 때는 깊은 밤 아니면 이른 새벽, 이 때가 가장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럴 때 딱 눈을 뜨면 수현이가 방에 있을 것 같아서 방에 들어가 보죠. 하지만 역시 빈 방임을 확인하고 그때부터는 고독하고 씨름을 합니다.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이라서 많이 울곤 합니다.

    ◇ 박재홍> 오늘이 4월 16일입니다. 아내 분과는 어떤 말씀을 나누셨어요?

    ◆ 박종대> 여러 가지 얘기를 했는데 가장 힘들게 얘기했던 건 수현이가 보고 싶다는 얘기 하나 하고, 그동안 또 1년이 지나면서 이 정도 되면 어떤 진실이 밝혀져야 되는데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도 무척 힘들게 가겠다는 점. 이런 부분을 많이 얘기하고 원통해 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요. 1년이 지났는데 정확하게 밝혀진 진상규명이 하나도 없고 또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답답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아드님이 생전에 작성했던 버킷리스트를 아버지께서 대신 실현해오셨다는 말씀을 들었어요. 지금까지 아들이 갖고 있던 꿈, 어디까지 실현하셨습니까?

    ◆ 박종대> 아마 수현이가 고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작성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리고 그중에서 ‘작곡’, ‘일본 여행’, ‘뮤지션 사인받기’ 등을 해서 한 14개 정도는 지금 완료가 된 상태고요. 아직 못한 건 11개 항목 정도가 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버킷리스트를 보면서도 참 아들 생각이 많이 나시겠네요?

    ◆ 박종대> 많이 납니다. 버킷리스트를 보다 보면 ‘부모님 효도여행 보내드리기’, ‘아빠 수제 기타 만들어드리기’ 이런 것을 보면 특히 더 많이 생각이 나죠.

    ◇ 박재홍> 아버지에게 수제 기타를 왜 만들어 주고 싶어했을까요, 우리 수현 군이?

    ◆ 박종대> 제가 1990년대 초반에 첫 직장을 갖고 첫 월급을 타서 거기서 상당한 돈을 털어가지고 제가 꽤 고급 기타를 샀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마 크면서 자기 나름대로는 가슴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을 언젠가 알게 되어서 참 가슴이 더 아픕니다.

    ◇ 박재홍> 아드님 얘기를 들어보니까 참 착한 아들이었네요.

    ◆ 박종대> 저한테는 착한 아들이었죠.

    ◇ 박재홍> 너무나 착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또 효심이 깊었던 그런 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특히 수현 군이 단원 중학교 때부터 활동했던 밴드 공연을 20번 뛰기, 이런 리스트도 실천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말씀을 들었어요.

    ◆ 박종대> 뭐 티켓 예매와 관련해서 어떤 특정한 사람들이 대량으로 예약을 하고 난 다음에 다음 날 취소시키고. 다른 사람이 사려고 하는데 못 사게 하고 기회를 박탈시켰던 것인데요. 다시 또 사가지고 또 그다음 날 취소시키고 해서 사실 저희가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표를 안 가져오신 분들이 현장에서 다 사는 바람에 표가 없어서 관객이 다 못 들어갔던 그런 상황까지 있었습니다. 이 공연은 어린 아이들의 꿈을 그냥 실현하는 건데, 그건 정치적이지도 않고 이념적이지도 않는데,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과정이 알려지기도 했는데 혹시 그런 모습을 삐딱하게 보는 시선도 있지 않았나요? 그 과정에 상처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

    ◆ 박종대> 그런 부분도 받았고요. 이렇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경험한 일화를 한번 말씀을 드리자면 지난해 여름 어느 날 강남에서 택시를 탔는데 어떤 택시 기사님이 저는 아무 말씀도 안 드렸는데 그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요즘 세월호 부모들 너무들 한다, 이제 돈 많이 받았으니 회사는 안 갈 것이냐.” 저희는 이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참 심한 상처를 받곤 하죠.

    ◇ 박재홍> 또 시간이 지나면 진상규명을 위한 유족들이 노력을 세상이 더 인정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오늘 팽목항과 경기도 안산에서 세월호 1주기 추모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대통령은 이미 불참의사를 밝혔고 일부 부처 장관들만 뒤늦게 행사 참석 의사를 밝혔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종대>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여기에 오시려면 적어도 먼저 전제되어야 될 것이 몇 가지는 있다고 봅니다. 뭐냐하면 우리들한테 그리고 국민들한테 보여주었던 행태는 사실상 정상적이고 객관적이지는 못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법 제정이라든가 조사특위출범과 관련된 문제 과정에서요. 그래서 사과 부분은 반드시 하고 오셔야 한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오히려 오늘 오시는 게 아이들을 모욕하는 거죠.

    ◇ 박재홍> 오늘 하루 제가 감히 상상할 수는 없겠습니다마는 참 힘든 하루가 되실 것 같네요. 이 시간 아들 수현 군에게 말한다고 생각하시고 한말씀 해 주신다면?

    ◆ 박종대> “사랑하는 나의 아들 수현아, 우리가 이별한 지 벌써 1년이나 되었구나. 너에게도 아빠에게도 참으로 서럽고 모진 세월이었다. 이 서러움을 풀기 위해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뛰어다녔지만 아직도 너의 원통함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구나. 미안하다. 하지만 아빠는 굳게 약속한다. 반드시 파고 캐낼 것이다. 반드시 밝혀낼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릴 것이다. 아빠에게 영감을 다오. 그때까지 아들 믿고 기다려라. 사랑한다, 아들.”

    ◇ 박재홍> 말씀 너무 잘 들었고요. 또 수현 군이 가지고 있던 꿈들, 아버님께서 끝까지 다 이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종대> 네, 고맙습니다.

    ◇ 박재홍> 세월호 희생자 가족 중 한 분이죠. 수현 아빠 박종대 씨였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