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체감도가 떨어지고 출산율 제고 효과도 미미한 현재의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제도를 포괄적으로 '양육크레딧' 제도로 확대 개편하는 방향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정우 인제대 교수는 28일 국민연금공단의 의뢰를 받아 이런 내용의 '양육크레딧 도입방안'이란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출산과 양육은 한 국가의 적정 인구를 유지하고 세대간 계약에 기초해 현세대와 후세대 사이에 역할을 계승하는 등 사회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가져다주는 행위다. 그런데도 출산과 양육비용은 대부분 각 가정이 고스란히 짊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는 개인적으로 출산을 늦추거나 꺼리게 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저출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출산과 양육활동에 따른 비용을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정책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개별 가정이 양육활동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해 노후에 연금수급 권리를 얻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함으로써 출산과 양육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한다.
국민연금은 최소 가입기간 장치가 있어 최소 120개월(10년) 이상 가입해야만 노후에 다달이 일정 금액의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출산율을 올리지도, 각 가구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지도,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없애지도 못하는 등 여러모로 한계를 보이는 현행 출산크레딧 제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금의 출산크레딧은 둘째 이상의 자녀를 낳으면 '둘째 아동부터' 낳은 자녀의 수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최소 12개월에서 최대 50개월까지 연장해주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출산하자마자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애를 낳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연령에 이른 시점에서야 겨우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실 등을 고려해 현행 출산크레딧 대상 아동을 '둘째 아동부터'에서 '첫째 아동부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출산크레딧 제도가 도입된 2008년 1월 이전에 출산했더라도 가입기간 연장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금가입 인정기간도 아동 1명당 최소 1년이 아니라 2년 또는 3년으로 늘려 제도혜택을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워킹맘의 법정 산전후 휴가기간 중에서 고용보험 지원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우선 인정하고 한부모, 조부모, 저소득 양육자, 장애아동, 다자녀 양육가정에 대해서는 추가로 가입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정책을 펴는데 드는 재원은 국가 30%, 국민연금 70%의 현행 분담비율을 출산과 육아의 공공성을 고려해 국가 70%, 국민연금 30%로 전환하고 이를 명확하게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