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발레는 어렵고 지루하다?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이 같은 편견을 깨려한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비극이 주를 이룬 발레 작품 중 보기 드문 희극 발레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의 왈가닥 카테리나와 그녀를 현모양처로 길들이는 페트루키오의 공방전을 발레 무대에 고스란히, 생생하게 옮겼다.
국립발레단의 강수진 예술감독은 “관객들이 발레를 볼 때 ‘있는 그대로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한 순간 생각난 작품이 ‘말괄량이 길들이기’였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한 걸음 다가가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소개했다. 강 단장은 1997년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카트리나 역을 직접 연기한 바 있다.
지난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발레단의 2015년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강수진 예술감독의 말처럼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었다. 발레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거리감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법했다.
발레는 어려운 장르라는 편견은 일찌감치 깨진다. 발레 특유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은 기본, 무용수들은 뛰어난 표현력으로 익살스러운 표정과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선보이며 관객을 웃음 짓게 한다.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침없이 망가진다.
특히 고전 발레에 자주 등장하는 공주가 아닌 남자의 뺨을 때리고, 온몸을 물어뜯는 왈가닥 주인공 카테리나, 술에 만취에 옷을 벗고 난동을 부리는 페트루키오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쉴 틈 없이 벌어지는 극적인 상황을 물 흐르듯 유연히 표현하는 각 인물들의 연기는 공연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슈트트가르트발레단의 설립자이자 안무가인 존 크랑코의 작품 중 특히나 원작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무용가 연기가 완벽하게 결합시키며 발레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교하고 경쾌한 동작으로 허공 위를 날아다니는 무용수들의 고난도 테크닉은 감탄을 자아냈다. 20여 명이 넘는 이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결혼식 피로연 장면 등은 발레 공연의 진수를 보여주며 진한 여운도 남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2006년 슈트트가르트발레단이 성남 아트센터로 내한공연을 온 것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작품이다. 한국 발레단이 이 작품을 정식으로 국내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국립발레단이 아시아계에서 처음으로 판권을 획득했다. 손에 꼽히는 명작을 국내 무용수들의 연기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29일부터 내달 3일까지 5일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6회 공연이 진행되며, 카테리나는 김지영, 신승원, 이은원, 페트루키오는 김형웅, 이동훈, 이재우가 연기한다. 지휘는 제임스 터글, 연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