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삼거리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등 4.16 국민 참여 행동 참가자들이 경찰의 최루액 섞인 물대포를 맞고 있다. 박종민기자
노동절인 1일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민주노총 조합원 등의 집회가 철야농성을 거쳐 2일 오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경복궁 인근인 종로구 안국동사거리에는 유가족 60여 명을 비롯해 700여 명(경찰추산 500명)이 자리를 지키며 밤샘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경찰이 도로를 점거하던 집회 참가자들을 인도로 일부 밀어냈을 뿐, 추모제가 시작된 뒤 12시간여 동안 거리 행진 시도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간 대치는 끝날 줄 모르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 1년을 맞은 지난달 16일 등에도 광화문 현판 아래서 다음날까지 노숙농성을 했었다.
앞서,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청와대 길목인 이곳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세월호 유가족이 합류해 청와대로 행진을 하려다, 이를 막아선 경찰과 격렬한 충돌이 계속됐다.
연행자만 30여 명이다.
지난 1일 밤 8시 30분부터 유가족 130여 명을 포함해 주최 측 추산 5000여 명(경찰추산 1300명)은 안국동사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세월호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앞서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동절 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 5만여 명(경찰추산 2만 2000명) 가운데 상당수가 종로 곳곳에서 행진을 벌이다 경찰과 대치하고선 집회를 정리한 뒤 모여든 것이다.
당초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광장에서 추모 문화제를 열 예정이던 유가족들 장소를 이곳으로 옮겼다.
문화제 직후 밤 9시 25분쯤부터 행진이 시작되자 경찰은 경찰 버스와 사람 키높이의 폴리스라인 펜스, 방패 등을 동원해 행진 참가자들의 청와대행을 가로막았다.
'원칙적으로 운용하지 않겠다'던 차벽도 어김없이 다시 등장했다.
이에 맞서 행진 참가자들은 밧줄로 경찰 버스를 묶어 차벽을 허물려 했고, 쇠막대로 펜스를 두드리더니 여러 명이 달라붙어 들어 올리고선 걷어냈다.
20미터 폭의 인도에 세워졌던 폴리스라인 펜스 5개 가운데 경찰이 지킨 건 단 한 개였을 정도로 양측은 격렬하게 부딪혔다.
경찰이 최루액인 캡사이신을 마구 뿌려댔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우산을 꺼내 일부를 막기도 했다.
경찰은 살수차까지 동원해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여러 차례 쏴댔다.
거듭된 해산명령 속에서도 집회는 수그러들 줄 몰랐고, 연행자는 속출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경찰관 2명도 충돌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밤사이 자유발언대가 설치되고, 유가족 간담회가 예정되면서 양측의 대치는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이튿날까지 농성이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집회 참가자들은 오전 8시 30분쯤부터 행진 시도를 재개해 경찰과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이날 아침 “오늘은 기필코 청와대로 가겠다”면서 “경찰에게 가로막혀도 경복궁 앞까지라도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