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관심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에 쏠리는 사이 검찰의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비자금 조성의 핵심고리로 여겨지는 정동화 전 부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지 한달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소환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지만 정 전 부회장의 소환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은 물론 정준양 전 포스코회장에 대한 수사에도 자신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검찰은 그동안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신병 확보를 통해 정 전 부회장 수사를 위한 발판을 다져왔다. 이들이 하도급업체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데는 개인적 횡령을 넘어선 전 경영진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 주말 새만금 건설공사 하청 청탁 대가로 하도급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포스코건설 현직 임원 이모 상무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에 연루돼 구속된 인물로는 6번째, 현직 임원으로는 두번째다.
이 상무 역시 2012년에는 광양항만공사와 관련해 흥우산업과 하도급 계약을 하면서 공사대금을 10억원 부풀려 계약체결한 뒤 이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사 대금이 당초 계약보다 상향될 수 있는 데는 건설 업무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권한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배후에 정 전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검찰은 하도급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토목환경사업본부장 출신 김모(63) 전 전무을 상대로도 전날 비자금 조성 경위와 포스코건설 전 경영진의 개입 범위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포스코건설에 비자금을 조성해 준 혐의 등으로 전날 소환 조사한 흥우산업 이철승(57) 대표를 조만간 재소환해 비자금 조성을 전 경영진이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RELNEWS:right}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의 괄목할만한 진전은 포스코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정준양 전 포스코회장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때마침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현 세화엠피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포스코플랜텍(옛 성진지오텍)의 검찰 고소는 검찰의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부추기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플랜텍으로부터 구체적인 자료들을 제출받아 정준양 전 회장 시절 단행돼 아직도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당시 성진지오텍 특혜인수 과정을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와 중간재 거래를 하면서 수백억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코스틸 박재천 회장 수사도 정 전 회장의 비위를 규명할 수 있는 검찰의 카드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