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래 한동안 잠잠하던 이동통신 시장에 다시 한번 전운이 감돌고 있다.
KT가 7일 통신 시장의 기본 틀을 흔들 수 있는 상품을 전격 내놓았기 때문이다.
KT는 LTE 시대가 본격화하며 음성 통화나 문자 메시지 발송보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지는 통신 환경 변화에 발맞춰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데이터 이용량 기준으로 합리적인 요금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요금제는 최저 약 3만원부터 음성 통화와 문자는 무제한으로 이용하고,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KT가 선수를 치고 나오자 비슷한 요금제를 검토해온 경쟁사들도 데이터에 기반을 둔 새로운 요금제를 곧 선보일 것이라는 입장을 부랴부랴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요금제를 무기로 삼은 이동통신사들의 고객 쟁탈전이 조만간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단통법 이후 번호이동 고객이 급감한 탓에 새로운 고객을 경쟁사로부터 유치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기존 고객을 묶어두는 전략에 치중했으나 KT발 통신 요금 재편을 계기로 다시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KT의 새로운 요금제는 결국 경쟁사, 특히 점유율 과반에 육박하는 선두 업체인 SK텔레콤의 우량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단통법 이후 합법적으로 배포할 수 있는 단말기 지원금이 줄며 신규 고객 유치에 한계를 느낀 이통사들은 그동안 다양한 결합 상품, 포인트 혜택 등을 내세워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방어에 치중해왔다"며 "하지만 새로운 요금제 출시를 신호탄으로 다시 뺏고 빼앗기는 국면으로 이통 시장 분위기가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KT 마케팅부문장을 맡고 있는 남규택 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요금제로 이동통신사들의 수익 지표로 여겨지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의 하락이 우려된다는 질문에 "단기적으로는 ARPU가 하락할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가입자 유치 등을 통해)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하며 다가올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이동통신사들이 시대의 변화에 맞춰 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인다고 밝히자 통신사들의 요금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이 실제로 경감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신요금 인하를 주장해온 국회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상호 의원실은 "이동통신 3사는 가격경쟁을 통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데 나서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번에 KT가 선보인 요금제가 최저 약 3만원의 요금에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으로 제공하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300MB에 불과한 점을 지적하며 이번 요금 개편이 소비자 혜택과는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crea****'는 "어차피 음성, 문자는 거의 안쓴다"며 "데이터 더 주고 요금 더 내려달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아이디 'sbdd****'는 "쓰고 남은 통화량과 데이터량은 (외국처럼) 돈으로 돌려줘야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