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검찰에 출석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돈을 줬다는 여권 실세 정치인들의 이름이 적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세상에 공개된지 29일만의 일이다.
홍 지사는 리스트에 올라간 실세 인사들 8명 중에서 검찰에 첫 소환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날 오전 9시 55분쯤 특별수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홍 지사는 기자들이 몰려들자 웃음 띈 얼굴로 담담하게 심경을 밝혔다.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검찰에 소명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주요 증인인 윤모씨를 회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라고 짧게 부인했다.
검찰 소환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없이 서둘러 조사실이 있는 서울고검 건물로 들어섰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홍 지사는 검찰 출석에 앞서 변호사 사무실을 먼저 들러 한시간 가량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홍 지사를 상대로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성 전 회장측으로부터 1억원의 현금을 받았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홍 지사에 대한 조사는 손영배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당담하며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이 함께 조사에 참여한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2011년 홍준표가 대표 경선에 나왔을때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지목한 ‘캠프 측근’인 전 경남기업 임원 윤모씨를 4차례 소환해 당시 돈 전달 상황을 재현하는 한편 홍 지사측 인사인 나모, 강모 전 보좌관을 불러 윤씨의 증언과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RELNEWS:right}또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자 윤씨를 찾아가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모 전 청와대 비서관을 소환해 홍 지사측의 조직적인 증인 회유 움직임이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홍 지사측은 일단 성 전 회장의 인터뷰와 남긴 메모의 증거능력과 윤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삼아 수사팀의 추궁에 대항한다는 방침이다.
홍 지사는 검찰 소환 일정이 결정되자 “우리도 대응할 준비를 다 갖추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수사팀은 홍 지사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