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고위직이나 장기근속 공무원의 양보는 외면한 채 젊은 세대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대간 형평성 결여에 따른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 단체를 중심으로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출 경우 기존 공무원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 수 있다는 반박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1996년 임용자의 경우(20년이상 재직자) 수익비는 2.35~2.47배, 2006년(10년이상) 임용자의 수익비는 1.6~1.74배, 2016년 이후 신규임용자의 경우 1.42~1.6배로 나타났다. 기성 공무원 세대일수록 수익비가 높은 반면 신규 공무원일수록 수익비가 낮아진다. 단순히 형평성만 놓고 보자면 고참 장기근속 공무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수익비는 연금 수급자가 낸 보험료 총 금액과 추후에 받는 연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수익비가 높을수록 낸 돈에 비해 많은 돈을 받을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년 5급 임용 예정자는 28만원 줄어든 177만원을 받게 된다. 2006년 임용된 5급 공무원이 공무원연금에 30년 가입했을 때 현재는 첫 연금 수령액이 월 257만원인데, 개정안은 44만원(17%) 줄어든 213만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1996년에 임용된 5급 공무원 연금은 월 22만원만 줄어들어 가장 많은 월 280만원을 받게 된다.
같은 금액의 보험료를 냈다고 치더라도 신규 공무원일수록 손에 쥐는 연금액이 적다. 이 때문에 기성세대 공무원들이 기득권을 지키는 대신 신규 공무원들에 부담을 늘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재직기간이 길수록 유리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연금지급률이 20년에 걸쳐 서서히 줄어들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 50세 공무원의 경우 지급률의 감소폭이 크지 않지만 연금개혁안이 적용된 이후 임용된 공무원 가운데 임용된지 얼마 안된 공무원의 경우 감소 폭이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와관련해 기성세대의 기득권 때문에 신규 공무원에게 희생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갑수 한국여론조사연구소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고위직 공무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됐고 하위직 공무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형평성이 결여된 개혁안"이라며 "세대간 갈등의 여지를 줄일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성 공무원세대들의 자발적 참여를 비롯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 박지순 교수는 “단계적으로 기성세대부터 연금을 감축시켜 나가서 부담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제도의 지속성, 재정 안정성 등과 재산권 등의 공익과 사익에 대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다 철저한 합의도출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무원단체나 고위직 공무원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거론하며 여야 합의안을 옹호하고 있다.
가장 크게 내세우는 논리는 공무원 연금 도입 당시 취지가 적은 급여를 받는 공무원들에 연금이라는 방식을 통해 보상을 해 줬다는 것이다. 과거에 박봉으로 고생했으니 개혁이 이뤄지는 지금 시점에서 연금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민주정책연구원 정재철 연구위원은 “예전 공무원들은 적은 급여를 받은 반면, 최근들어서는 공무원 보수 현실화 과정을 통해 급여가 올라간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공무원들의 연금을 깎는 것이 헌법상의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류영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법 적용 시점이 2016년 1월 1일부터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며 "기존 공무원들의 연금을 깎는다고 할 경우 퇴직 공무원들 연금까지 깎을 수 있다는 논리가 되는데, 재산권 침해 문제등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이미 적용하고 있는 것을 많이 깎았을 때 반발과 저항이 크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 않다"며 형평성을 맞추지 못한 이유가 고위직 공무원의 반발 가능성 때문임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