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올해 3분기 0.76명으로 첫 반등한 가운데 21일 야외활동을 나온 북구청 직장어린이집 아이들이 알록달록 물든 낙엽을 가지고 동심을 만끽하고 있다. 광주 북구 제공2015년 4분기(1.15명) 이후 끝모르게 추락하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올해 3분기 0.76명으로 첫 반등했다. 현재까지의 연간 누적에서도 증가세가 확인됐다고 한다. 0.6명대 진입을 걱정했던 상황이라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9월 인구동향'을 보면 3분기 출생아수는 6만12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나 늘었다. 1월부터 9월까지 누계 출생아수도 17만8600명으로 9년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지난해 3분기(0.71)보다 확연히 늘었다.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반등한 건 2015년 4분기 이후 9년만이고, 이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예상된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장래인구추계에서 추산한 올해 합계출산율 0.68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출산율이 늘어난 직접적인 원인은 팬데믹에 따른 혼인 증가로 보인다. 출산의 선행지표인 혼인 건수를 보면 9월 1만536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8%나 늘었다. 3분기(7~9월) 전체로는 5만 1706건으로 무려 24.0%나 늘어 역대급 증가율을 보였다. 그 외 출산과 돌봄을 돕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언론 등 사회각계의 인식개선 캠페인도 한몫했다.
김진오 CBS 사장,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CBS와 보건복지부 공동주최로 열린 2024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올해 혼인한 커플의 수가 늘어났다는 점은 적어도 내년이나 후년까지 합계출산율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반등이 코로나19에 뒤이은 반짝효과인지 추세적 반등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0.7명대에 만족해서는 결코 인구소멸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205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 방치할 경우 내수와 성장, 연금, 노동, 국방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역소멸은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1.51명(2022년 기준) 수준인 OECD국가 평균에는 당장 못미치더라도 추세 전환의 모멘텀을 최대한 살려서 단기간에 1명대 이상 수준으로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정책역량을 총동원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에서 어린이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주거와 일자리, 기업문화가 결혼과 출산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 지원, 출산과 돌봄을 장려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개발해 추진하고 국회도 입법을 통해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대기업 공장이 국내에 잔류하거나 유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일자리 확충에 긴요하다.
결혼과 출산은 개개인의 선택인 만큼 보다 중요한 점은 결혼과 출산을 바라보는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이 아닐까.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는 기쁨을 알리는 인식의 전환을 위해 정부와 언론을 비롯한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이 병행될 때 주요국 중 대한민국만 빠져든 초저출산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