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21일 세월호 인양업체의 입찰 기본조건으로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꼽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세월호 규모의 선박을 절단 없이 '통째' 인양한 사례가 없기에 기술력과 경험을 총동원해야 하는 도전이다.
인양에 성공하면 역사에 남는 기록을 세우겠지만 인양이 계속 늦어지거나 선체 절단 등 실패하면 비판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빈 배를 인양하는 게 아니라 '실종자 9명이 남아있는 배'를 물 위로 끌어올려야 하기에 부담이 크다.
인양업체들은 이처럼 '유례없는 도전'에 참여할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해수부는 국내외 각각 10개 구난작업 위주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 '외국+국내업체' 컨소시엄 가산점
세월호를 단독으로 인양할 경험과 기술을 가진 국내 업체는 없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장에 투입할 잠수사와 해상 크레인, 플로팅 독 등 장비는 국내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해수부는 외국 인양업체와 국내업체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해양수산부와 인양 자문 계약을 맺은 영국 해양구난 컨설팅업체 TMC는 작년 5월 '인양 입찰'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관련 업체들에 발송했고 7개 업체가 손을 들었다. 이번 본 입찰에서도 이들 업체가 우선적으로 응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7개 업체는 미국의 타이탄(Titan), 네덜란드의 스미트(SMIT)와 스비처(Svitzer), 마오에트(Mammoet), 중국의 차이나샐비지(CRS) 등 외국 업체 5곳과 살코와 코리아샐비지 등 국내업체 2곳이다.
타이탄은 8천247t급 컨테이너선, 6천704t급 화물선 등 인양, 스미트는 4천229명을 태우고 가다 좌초한 콩코르디아호, 러시아 900t급 핵잠수함, 15만t급 유조선 등 인양 경험이 있다.
콩코르디아호는 11만4천147t으로 세월호보다 16배 가량 무겁지만 플로팅 독을 활용해 인양에 성공했다.
다만 세월호가 수심 약 44m 지점에 완전히 가라앉아 있는 데 반해 콩코르디아호는 연안에서 좌초해 선체의 절반 가량만 잠긴 상태였다.
국내 업체인 코리아샐비지는 2012년 12월 울산 북방파제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침몰한 '석정 36호'를 인양한 바 있다.
이들 업체 외 천안함 인양작업에 참여했던 88수중개발 등 다양한 국내외 업체들이 입찰공고를 계기로 컨소시엄 구성을 협의할 전망이다.
◇'측면서 통째 인양'…그대로 진행하나해수부 산하 민·관합동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태스크포스는 해상 크레인과 플로팅 독을 투입해 세월호를 누워 있는 상태 그대로 통째로 인양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세월호는 조류가 우리나라에서 울돌목 다음으로 빠른 맹골수도 수심 약 44m 지점에 좌측면이 바닥에 닿게 누워 있고, 무게는 물 위에서 약 1만200t으로 추정된다.
TF는 ① 세월호 우측면에 잠수사들이 구멍을 뚫어 내부 93개 인양점을 물 위 크레인에 와이어로 연결 ② 크레인 두 대로 3m 들어 올림 ③ 동거차도 쪽 수심 30m 지점까지 2.3㎞ 이동 ④ 플로팅 독 위에 올리고 크레인 철수 후 물 위로 부양하는 방식의 위험성이 가장 적다고 제안했다.
외부 전문가들도 이같은 방법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인양업체 선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반드시 이 방법으로만 입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입찰 제안서를 냈던 7개 업체 가운데 '우측면에 구멍을 내 연결하자'거나 '해상크레인+저수심 이동+플로팅독 투입'이라는 방법을 내놓은 곳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