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에 찾아온 암컷 황새 '봉순이' (사진=경남CBS)
봉하마을에 찾아온 암컷 황새라는 뜻에서 이름 지어진 '봉순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6주기를 맞는 올해 시집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봉순이가 노 전 대통령의 유작이라 할 수 있는 '친환경농업'의 상징이 된 가운데 짝짓기에 성공한다면 생태환경적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를 띄기 때문이다.
◇ 20년 만에 우리나라 찾아든 황새, 봉순이봉순이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3월.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에서 방사된 뒤 대한해협을 건너 800㎞를 날아와 봉하마을과 김해 화포천 습지로 날아들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새의 마지막 암컷 한 마리가 1994년 생을 다한 지 20년 만이었다.
봉하마을 주변에서 가을까지 머물던 봉순이는 섬진강이 있는 하동과 천수만이 있는 충남 서산으로 옮겨가 지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 북동부나 러시아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 황새들과 어울려, 짝짓기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봄이면 북쪽으로 돌아가는 철새 황새를 따라 동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반쪽을 찾지 못한 봉순이는 올해 3월 다시 봉하마을로 돌아왔다.
환경전문가들은, 까다롭게 서식지를 고르는 황새 봉순이에게 봉하마을은 '제2의 고향'이 됐다고 분석했다.
노 전 대통령이 시작한 봉하마을 친환경농업은 하포천을 따라 양쪽으로 45만 평까지 범위를 넓혔고, 드넓은 봉하들판은 물갈퀴가 없는 황새에게 충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삶의 터전이 된 것이다.
지난 7년여 동안 하포천 습지에 쌓였던 쓰레기 100여 톤을 치워낸 것 역시 봉순이가 찾아온 이유로 꼽혔다.
황새는 특히, 논두렁을 허물어 농부들의 골칫거리였던 드렁허리의 포식자이기도 해 '귀한 손님' 대접까지 받았다.
환경의 건강성을 평가해주는 '지표종'인 동시에 친환경 생태농업의 '조력자'인 셈.
◇ 노 전 대통령 '친환경생태농업'의 꿈 여물지에 관심노무현재단 오상호 사무처장은 "생태농업과 습지 복원을 고향에서 실천하려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노력이 있었고, 서거 이후 남아 있는 저희들이 관리를 많이 해 긍정적 변화가 찾아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봉순이를 위해 높이 20m 장대 위에 풀과 나무를 엮은 인공둥지도 만들어주고, 올해는 수컷 두 마리를 데려와 짝짓기를 돕는 계획에는 김해시도 손을 보탰다.
봉순이는 그러나 지난 3월 중순 돌연 자취를 감추더니 고향인 일본 도요오카시에서 지난달 발견됐다.
결국 짝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나올 무렵, 봉순이는 화포천 습지에서 지난 9일 다시 목격됐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 곽승국 관장은 "봉순이는 노 전 대통령과 필연 관계인 것 같다"면서 "이곳에서 좋은 짝은 만나 잘 번식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황새 복원과 봉순이의 짝짓기를 위한 방사 계획도 세워졌다.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오는 9월 황새 8마리의 방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박시룡 연구원장은 "방사한 황새들이 먹이를 찾아 겨울에는 하포천과 봉하마을 일대로 이동할 것으로 보여 봉순이의 짝짓기 가능성은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그는 "황새 한 쌍이 3㎞거리를 두고 둥지를 트는데 활동범위가 넓은 만큼 친환경농지가 넓지 않으면 먹이가 부족할 수 있다"며 "북서풍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봉순이가 봉하마을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 성공해 노 전 대통령의 '친환경생태농업'의 꿈 역시 열매를 맺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