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열풍이 불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딜레마에 빠졌다.
주민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을 권장해야 하지만 자칫 담뱃세의 급속한 감소로 재정이 악화되면 벌여야 할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드러내놓고 담배를 권할 수도, 금연 운동 확산에 무작정 손뼉만 칠 수도 없는 답답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고민 끝에 충북도가 청주 도심에 흡연실을 설치키로 하면서 내놓은 명분이 그럴듯하다. 흡연권을 보장하고, 금연자도 보호하겠다는 '양수겸장'이다.
대외적으로는 금연자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흡연자 편을 들어주려는 의도다.
담뱃값 대폭 인상 이후 금연이 확산하면서 지방세의 큰 축인 담뱃세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11개 시·군의 올해 담배소비세 징수 목표액은 920억원이다.
1조5천217억원인 충북 전체 지방세 세수 목표액의 6%에 달하는 금액이다.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지방세수의 담뱃세 의존도가 크다.
등록 면허세(348억원)나 지역자원 시설세(291억원)의 2∼3배 규모인 것만 봐도 담뱃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청주시만 보면 담배소비세의 비중은 더 커진다. 3천741억원의 지방세 세수 목표 중 담배소비세가 11.5%(432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올들어 금연 바람이 불면서 담뱃세가 목표치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자체마다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연을 드러내놓고 반대하거나 막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지방재정의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충북도가 흡연자들이 눈치를 안 보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 공간 조성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21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흡연자는 지방세 납부의 일등공신인데 비흡연자들의 눈총을 받도록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편을 들었다.
금연구역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설 땅이 좁아진 흡연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담배꽁초 투기까지 늘어나면서 도시 미관도 해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게다가 마땅한 흡연 장소가 없는 탓에 길거리 흡연자들의 담배 연기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비흡연자의 불만도 달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지사의 판단이다.
이 지사가 "비흡연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흡연자도 존중할 수 있도록 하라"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지사의 이런 지시는 지자체가 올 들어 금연구역을 대폭 확대하고 나선 반면 흡연구역을 정하는 데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청주시만 하더라도 시민 건강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 235곳과 버스승강장 887곳 등 1천399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이를 어긴 흡연자는 건당 5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반면 흡연실 등의 설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흡연자들이 금연구역을 피해 길거리로 내몰려 눈총을 받아가며 담배를 피워야 하는 실정이다.
이 지사 지시에 따라 충북도는 청주 중심지에 흡연실 설치를 검토 중이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청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성안길과 철당간 부근, 중앙공원 등이 흡연실 설치 후보지다.
흡연실 설치에 예산을 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도 없다.
컨테이너 흡연실 안팎에 광고를 유치, 비용을 충당하는 무료 흡연실 운영자가 등장했다.
흡연실 설치가 당장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북도가 검토 중인 흡연실 설치 후보지는 시민의 왕래가 잦은 청주 최고의 '금싸라기 땅'이다. 시장상인연합회 등 이 지역 상인들의 동의가 필연적이다.
시장연합회가 이런저런 불편함을 내세워 거부하면 흡연실 설치는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충북도는 조만간 시장연합회를 만나 흡연실 설치와 관리 방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금연구역이 지정되고 단속원마저 대폭 늘면서 흡연자들이 죄인 취급을 받는게 현실"이라며 "흡연권 보장, 금연자 보호를 위한 흡연실을 청주에서 시범 운영한 뒤 평가가 좋으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