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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노건호는 왜 김무성을 '대인배'라 칭했을까?

정치 일반

    [Why뉴스] 노건호는 왜 김무성을 '대인배'라 칭했을까?

    김경수 "노 전 대통령을 더 이상 이용하지 말고 놔달라는 유족의 절규"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사진=노무현재단 제공)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유족 대표인 노건호씨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대인배'라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를 두고 연휴 내내 논란이 확산됐다. 연설문을 누가 작성했느냐? 에서부터 출마선언이냐? 는 등등의 온갖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노건호씨는 왜="" 김무성="" 대표를="" '대인배'라="" 칭했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 김무성 대표를 '대인배'라고 했다는 거냐?

    = 그렇다. 노건호씨는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는 순서에 "이 자리엔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오셨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NLL 포기했다며 내리는 비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줄줄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습니다"며 김무성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건호씨는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것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건호씨는 또 "혹시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 하시려나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고, 본인도 그간의 사건들에 대해 처벌받은 일도 없고 반성한 일도 없으시니, 그저 헛꿈이 아닌가 싶습니다"면서 "오해하지 마십시오. 사과? 반성? 그런 것 필요 없습니다.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십시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건호씨는 "국체를 좀 소중히 여겨주십시오. 중국 30년 만에 저렇게 올라왔습니다. 한국 30년 만에 침몰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힘 있고 돈 있는 집이야 갑질하기에 더 좋을 수도 있겠지요. 나중에 힘없고 약한 백성들이 흘릴 피눈물을 어떻게 하시려고 국가의 기본질서를 흔드십니까. 정치, 제발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고 마무리 했다.

    ▶ '대인배'라는 말이 칭찬의 의미는 아니었군요?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 그렇다. 칭찬이라기보다는 김무성 대표를 향한 질책의 의미였다.

    일부 언론이나 SNS 등에서는 맏상주가 문상객을 홀대한 것처럼 보도하지만 노 전 대통령 6주기다. 탈상을 한지도 오래됐으니까 상주도 문상객도 아닌 추도식의 유족대표였고 방문객일 따름이다.

    특히 김무성 대표는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언론에는 먼저 알렸지만 노무현 재단이나 봉하마을에는 사전협의도 없이 행사 3~4일 전에서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여당 대표가 방문하는데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얘기냐?

    = 이 부분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여당대표는 국가의전서열 7위의 중요한 자리다. 사전에 방문사실을 협의하고 사전 답사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사전협의 없이 통보를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처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으로 연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경수 위원장은 "경남도당으로 연락이 와서 노무현 재단으로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오상호 재단 사무처장은 "언론을 보고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확인했다.

    오 처장은 그래서 행사 4일전 발표한 보도자료에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이사들의 명단만 공개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는 "이날 추도식은 권양숙 여사 등 유족, 이해찬 이사장과 한명숙·이재정·문성근·도종환·차성수·정영애 이사, 고영구·이기명·문희상 고문 등 노무현재단 임원 및 참여정부 인사, 정당대표, 지자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라고 나와 있다. 5주기까지는 국회의원 등 주요 참석자 명단을 보도자료에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김무성 대표의 참석이 확정되지 않아 문재인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의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뭔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노무현재단 이사인 배우 문성근씨는 23일 트위터에 "노건호가 김무성에게 '불쑥 나타났다'한 건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뜻"이라며 "'여당 대표'가 추도식에 처음 참석한다면 '의전 준비' 위해 협의가 필요한데, '통보'조차 없이 언론에만 알리고 게다가 경찰 병력을 증파했으니 예의에 어긋난 짓을 벌인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배우 명계남씨도 23일 트위터에 "통상 참배나 추도식에 참석하려는 여당 인사건 정치인들은 재단이나 사저(私邸)측에 사전에 참석을 알리고 의논을 하는 게 상례. 의전 문제도 있고…"라며 "헌데 사전 협의도 없이 언론에 먼저 흘리고 경찰병력 450명과 함께 쳐들어오는 행위에 대한 불편함 표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김무성 대표가 지난 2월 방문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않았나?

    = 그렇다. 김무성 대표는 설날연휴 직전인 지난 2월 14일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그런데 이때도 언론에는 사전에 보도가 됐지만 봉하마을에는 하루 전에서야 일정을 통보해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김무성 대표의 방문이 진정성이 없는 정치적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을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 그럼에도 노건호씨의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할 말은 했다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는데?

    = 노건호씨의 발언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고 자식으로서 그런 발언을 할 만하다는 사람도 많다.

    비판하는 사람은 추도식에 참석한 손님에 대한 배려나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를 든다.

    고종석 작가는 트위터에 "노건호씨의 분함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부적절한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거기 환호했던 사람들, 이성을 완전히 잃었다"는 글을 올렸다.

    SNS에는 "노건호라는 팬덤을 이끄는 또 한 사람의 스타를 만들었을지 몰라도 결코 바람직한 건 아님이 분명하다"거나 "세상에서 가장 큰 벌은 용서 하는 겁니다... 봉하 묘역에 누워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노대통령의 깊은 한을 생각 한다면 세월을 더 곰삭혀야 하리라 봅니다", "노건호씨의 발언도 무너지는 억한 감정으로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상갓집에 문상 온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무안을 주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는 등등의 비판을 하거나 아쉬움을 표하는 글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식으로서 할 말을 했다는 글도 적지 않았다.

    서울대 로스쿨 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에 "노건호의 대 김무성 직격탄. 옛말에 부모를 죽인 원수와는 같은 하늘을 이지마라고 했다. 그동안 자식으로 참을 만큼 참았다"고 말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트위터에 "콜라처럼 톡쏘고 동치미처럼 씨~원한 노건호씨의 김무성대표에 대한 일침! 우리도 안 잊은 일을 유족이 잊었겠어요? 통한의 사과 없는 엉거주춤은 안 통한다는 정치권 모두에 대한 경고죠"라는 글을 올렸다.

    ▶ 이 인사말은 누가 작성한 것이냐?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쳐)

     

    = 노건호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무현 재단 오상호 사무처장은 "건호씨의 연설문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전제를 하면서 "본인이 준비했던 일로 모르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알았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 본부장을 지낸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위원장은 "유족대표 인사말은 그동안 유족에게 맡겼다"면서 "이번에도 건호씨가 알아서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건호씨가 그 전날(22일) 중국에서 귀국했고, 주변과 상의했더라면 못하게 했을 것인데 본인 판단에서 그렇게 쓴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자신도) 그렇게 강한 톤으로 얘기하는 데 깜짝 놀랐고 문재인 대표도 놀라는 장면이(동영상에) 나온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인사말에 중국을 언급한 건 건호씨가 중국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을 적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 5주기 동안에도 유족대표 인사말은 건호씨가 했고 인사말도 건호씨가 작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도식 하루 전 노무현 재단에서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과
    노건호씨의 인사말이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가 조언을 하거나 협의를 했을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노무현 재단은 "정치권이 진정한 국민통합을 바란다면 전직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헌신조차 허위로 매도한 행위부터 시민들께 사죄해야 한다.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통합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불과 2년 전, 전직 대통령을 보이지 않는 피고인석에 앉혀놓은 채 진실을 왜곡했던 일을 진심으로 참회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 왜 김무성 대표에게 '대인배 답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냐?

    2013년 6월 24일, 국정원이 국회에서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문. (사진=황진환 기자)

     

    = 노건호씨의 입장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 주변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건호씨가 김 대표에게 쓴 소리를 한 이유는 사전 협의도 없이 불쑥 방문하고 그동안의 지나친 발언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조차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경수 본부장은 "지난 2월 방문 때 NLL 발언에 대해 최소한 유감이라도 밝히고 올 걸로 기대했었지만 그런 게 없었고 오히려 봉하 방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추도식 방문 때에도 최소한의 사과표명이라도 하고 와달라는 의사를 밝혔지만 사과는 고사하고 사전협의도 없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건호씨의 연설을 들으면서 톤은 셌지만 '오죽하면 저렇게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유족들 입장에서는 이제는 노 전 대통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권력다툼에 이용하는 걸 그만하고 놔달라는 절규 같은 걸로 들렸다"고 전했다.

    노건호씨의 심경은 인사말에 잘 드러나는데 그동안 5년 동안에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참았지만 이제는 할 말은 하겠다는 취지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사실 김무성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데 앞장섰던 정치인이다. 김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1년차인 2003년 9월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저는 제마음속에 노무현을 이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계속 지금까지 기조를 바꾸지 않고 이대로 나간다면 저는 우리당이 노무현의 퇴임운동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야당의 갈 길입니다"라고 발언했다. 현직 대통령을 '노무현을, 노무현이'로 부르며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 사후에도 비난의 강도는 낮추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의 부정을 감추기 위해 자살하지 않았나?"라는 발언에서부터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대선 직전 부산 서면 유세장에서 낭독하면서 NLL을 포기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를 공격할 때에도 'NLL포기'라는 카드를 활용했고 그 전면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있었다.

    검찰이 NLL포기 발언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김무성 대표는 사과나 유감표명조차 하지 않았고 새누리당 역시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14일 봉하묘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저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참 많이 했던 사람이다"라고 말한 뒤 "거기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사과한다'가 아니라 '후회하는 마음이 있다'고 사과도 해명도 아닌 애매한 표현을 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NLL 녹취록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선 "정치적 소신에 대해서는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추도식에는 참석하지만 사과나 유감도 표명하지 않은 모습이 노건호씨의 직격탄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 일각에서는 노건호씨가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 또는 '출마선언'이다 그런 주장도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하루 뒤인 2009년 5월 24일 아들 건호 씨가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 회관 앞 새로 마련된 공식분향소에서 큰절을 올리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그런 해석은 종편이나 극우매체들 일부 보수언론들에서 제기한다. 개인의 추측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측면이 있다.

    노건호씨의 인사말 중에 "혹시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 하시려나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이라는 부분을 가지고 그런 해석들을 한다.

    그렇지만 노건호씨는 정치를 할 생각도 전혀 없고, 특히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건호씨가 출마하거나 할 일은 없다는 얘기다.

    김경수 위원장은 "(일각의 출마설에 대해) 건호씨 본인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하고 있다"면서 "그 전부터 김해을 선거구에 건호씨가 나가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권여사가 아들까지 정치판에 끼어드는 걸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건호씨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한 달여 전에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정치하지마라>라는 글을 대통령 유족들이 유지로 받들어 (건호씨가)정치하는 걸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치하지마라>는 글을 다시 읽어봐도 노 전 대통령이 정치라는 건 할 일이 못 된다는 걸 신랄하게 토로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노건호씨의 인사말을 출마선언이니 정치참여 신호탄이니 하는 말들은 노건호씨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말이지 노건호씨가 정치를 하겠다는 말은 아닌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여당의 대표로 새누리당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중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공인'이지만 노건호씨는 유족의 대표이긴 하지만 '사인'이다. 두 사람의 행보를 같은 반열에 두고 비판하는 건 적절하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노건호씨의 발언을 계기로 친노와 비노로 편을 가르거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그런 행위 자체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노무현을 계속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3월 7일 사람사는 세상 사이트에 <정치하지마라>라는 글을 올렸는데 "'정치, 하지마라' 이 말은 제가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하는 말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하는 말입니다.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잃어야 하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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