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가시화했지만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별다른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0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저금리에 대한 인식과 대응실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응답기업의 74.5%가 ‘경제회복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외국인자금 대량이탈’(29.8%)을 가장 많이 우려했고 ‘금융시장 변동성 심화’(27.3%), ‘국내 소비‧투자심리 악화’(22.7%), ‘미국경기 둔화’(18.2%) 등을 경계했다.
◇ 기업 10곳 중 8곳, 美금리 인상 대비책 없다금리인상도 문제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드러났다.
미 금리인상에 대비한 대책 유무를 묻는 질문에 대책을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는 기업은 20.7%에 그쳤고 ‘현금성자산 등 유동성 확보’(37.1%), ‘시장모니터링 강화’(21.0%), ‘가격변동성이 낮은 단기채권 투자’(14.5%), ‘부채상환계획 조정’(14.5%), ‘투자계획 연기’(12.9%) 등의 대비책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응답기업의 79.3%는 대책을 세우지 못했는데 ‘인상폭이나 시기 불투명’(64.3%), ‘다른 우선순위 사업으로 인해 계획수립 지지부진’(13%), ‘수립 역량 부족’(2.9%) 등을 대책 미비의 원인으로 들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속도는 완만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음에도 달러화 가치는 오르고 주식시장과 국제 금값이 떨어지는 등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이라며 “기업은 투자와 자금조달 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여건변화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금리인상 시기로는 ‘올해 3분기’(43.3%)를 예상한 기업이 가장 많은 가운데 ‘올해 4분기’(24.7%), ‘내년 중’(16.7%) 등의 예상이 있었다.
올 하반기 재무전략의 변수로도 가장 많은 기업이 ▼ 미 금리인상 추진 폭과 속도의 불확실성(33.3%)을 꼽았고 이어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인하 여부(20.0%), ▼ 원자재시장의 불안(13%), ▼ 금융산업 구조개혁의 이행과 성과(11.3%), ▼ 선진국 경제회복 지연(10.3%), ▼ 다른나라 양적완화 추세(6.7%), ▼ 신흥국 성장둔화(5.4%) 순으로 응답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성장과 물가를 고려한다면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있고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해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국내외 경기흐름, 주요국가 대응, 파급영향 등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대다수 국내기업, 저금리기조 유지돼야
향후 금리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78%가 ‘저금리기조가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경기변동, 비용절감에 민감한 ‘석유화학’(100%)과 ‘철강’(100%)의 응답기업 모두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답했고 ‘섬유‧의복’(95.8%), ‘금속‧소재’(85.7%), ‘목재‧종이’(83.3%), ‘운송장비’(77.5%), ‘식음료’(59.3%), ‘전기전자’(54.3%) 순으로 저금리기조가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대한상의는 “취업자 증가, 주택시장 활성화 등으로 경기회복이 안정적 국면에 접어든 미국과 아직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우리는 금융‧통화정책에서 차별화될 수 있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저금리로 인한 경제적 효과에 대해 ‘자금조달 비용인하에 따른 투자여력 확대’(60.4%)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대출이자 부담경감으로 인한 소비촉진’(21.9%), ‘부동산․주식시장 활성화 및 내수진작’(9.5%), ‘원화가치 상승억제에 의한 수출경쟁력 향상’(7.7%)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