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는 비리와 특혜로 얼룩진 부산지역 생활폐기물 처리 실태를 열 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첫 번째 순서로 구청으로부터 연간 수십억 원의 용역비를 받고서도 뒤에서는 다른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청소대행업체의 비리를 고발한다. [편집자주]◈ 청소대행업체와 식당들 간의 은밀한 거래
지난 4일 오후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단지. 구청과 이 지역 생활폐기물(일반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품)수집 용역계약을 맺은 A 청소대행업체 소속 5t 청소차량이 주민들이 모아둔 생활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아파트의 생활폐기물을 모두 차량에 실은 청소차는 서둘러 식당과 주점들이 늘어서 있는 상가밀집지역으로 향한다.
차량은 감자탕집과 삼겹살식당, 중화요리점 등 몇몇 식당이 가게 앞에 내놓은 음식물쓰레기통을 비운 뒤 정해진 동선을 따라 이동한다.
이들 식당은 규모나 처리량으로 비춰볼 때 일반 아파트나 주택에서 내놓는 생활폐기물과 같은 방식으로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
지역에서 나오는 모든 생활폐기물을 처리해야 할 청소차가 왜 일부 식당만 골라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걸까?
청소차가 거쳐 간 식당에 들어가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감자탕집 업주 B씨는 "업체에 한 달에 10만 원을 주고 음식물 쓰레기 수거 계약을 맺고 있다"며 "음식물쓰레기 계약을 하면 덤으로 일주일에 두 세 번 사업장폐기물 봉투를 줘 거기에 일반쓰레기를 담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다른 식당 업주 C씨는 "매달 22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를 청소업체에 주고 있다"며 "음식물 쓰레기를 매일 처리하지 않으면 냄새가 나서 자체계약을 통해 빨리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다른 지역에 있는 체인점은 우리보다 싼 가격에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한다고 하던데, 청소업체를 바꿔볼까 고민 중이다"고 자체 계약을 하는 곳이 이 곳 뿐만이 아님을 시사했다.
청소차는 이날 오후 몇 곳의 아파트 단지와 식당 30여 곳을 번갈아 가며 생활폐기물을 수거했다. 아파트와 식당에서 나온 쓰레기들은 차량에 실려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A 청소대행업체는 올 한해 이 지역의 생활폐기물을 모두 처리하는 조건으로 구청으로부터 15억 9천여만 원의 용역비를 받는다.
◈ 수거비 다 받아놓고 딴 주머니 챙기는 업체…관할 구청은 '봉' 역할전문기관의 원가산정 용역을 거쳐 책정된 생활폐기물 수집·수거 용역비는 인구와 쓰레기 예산 발생량, 도로 여건 등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이미 구청으로부터 수거비를 받은 업체가 일반 음식점과의 은밀한 계약을 통해 다른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주민 돈이 새는 구멍은 또 있었다.
구청은 일선 청소대행업체와의 수거 계약과는 별도로 부산지역 음식물 쓰레기 최종처리업체에 연간 수십억 원의 처리비를 따로 지급한다.
청소대행업체가 최종처리업체에 가져간 음식물 쓰레기의 양에 따라 구청이 처리비를 지급하는 방식인데, 청소업체들이 일반 음식물 쓰레기와 자체 계약한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뒤섞어 최종 처리비를 구청에 떠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날 취재기자가 확인한 청소차량의 기사 D씨는 "아파트와 주택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와 계약을 맺은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섞어서 최종처리업체에 가져간다"며 "회사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니 따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하구청이 관내에서 나온 일반 음식물 쓰레기 최종처리비로 지급한 예산만 18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청소대행업체들의 식당과의 자체계약은 구청의 직접적인 수입에도 영향을 준다.
구청은 청소대행업체에 주는 용역비의 일부를 구청에서 일반 종량제봉투와 이른바 '음식물 쓰레기 칩'이라고 불리는 '납부필증' 판매를 통해 충당하는데, 업체와 자체계약을 맺은 식당들이 필증을 구매할 리 없기 때문이다.
취재결과, 식당과 마트 등과의 자체 계약을 통한 청소대행업체의 '딴 주머니 챙기기'는 비단 사하구뿐 아니라 부산지역 대다수 지역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