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은 9일 서울에서 조선인 강제징용시설이 포함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2차 협의를 가졌지만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날 협의에는 지난달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최종문 외교부 유네스코 협력대표와 신미 준 일본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 겸 스포츠담당대사가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번 협의는 한국 측이 제안한 문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의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어서 양측의 이견은 여전히 남아있고, 양국은 추후 3차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가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러나 "한일 간에 앉아서 얘기를 시작했다는 게 진전이라면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어느 정도 긍정적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일본 측은 또 지난 1차 때에 이어 이번 협의에서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안에 대해 존중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일본이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 1850년~1910년 기간만 한정한 것에 대해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담으라고 권고했다.
이 권고안에 따르면 일본은 1940년대 주로 이뤄진 일제하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어떤 식으로든지 밝혀야 한다.
우리 정부는 '전체 역사'라는 의미가 매우 자명하다는 점에서 일본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권고안을 존중하겠다고 한 것은 협상 및 타협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RELNEWS:right}
일본은 지난달 1차 협의에서도 타협방안을 논의하자고 먼저 제안했고 그에 따라 이번 협의가 이뤄졌다.
물론 한일간 최종 협상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일본이 다음 달 초 독일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명분쌓기 용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양측이 일단 문안을 놓고 협의를 시작했다는 것은 합의 타결 가능성도 다소나마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상황을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