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는 비리와 특혜로 얼룩진 부산지역 생활폐기물 처리 실태를 열 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네 번째 순서로 구청과 위탁 계약을 맺은 청소대행업체 소속 청소차량들이 심야에 도롯가에서 세차를 하는 것도 모자라 쓰레기 침출수를 무단 방류하는 현장을 고발한다. [편집자 주]
1t 청소차들이 주택가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도롯가에 임시로 쌓아뒀다. (부산CBS/박중석 기자)
지난 4일 늦은 오후 부산 사하구의 한 주유소 앞 도롯가. 영업을 마친 주유소의 불이 꺼지자 인근 주택가에서 일반 쓰레기를 거둬들인 1t 청소차량이 모여든다.
차량에서 내린 현장 수거원은 서둘러 적재함에 실린 쓰레기를 임시 집하장이 된 도롯가 한 곳에 모으기 시작한다.
그 사이 차량 기사들은 주유소 건물 안쪽에서 긴 호스를 꺼내와 쓰레기가 실려 있던 차량 적재함을 물로 씻어낸다.
각종 쓰레기 찌꺼기가 물과 함께 하수관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어 간다.
대여섯 대의 1t 청소차량이 쓰레기 하차와 세차를 마치고 사라진 자정을 넘은 시각. 이곳에 모아 둔 쓰레기를 최종 소각장까지 옮길 11t 차량이 도착한다.
수거원들이 도롯가 쓰레기를 차량에 싣는 동안 운전석에서 내린 기사가 주위를 한 번 둘러 본 뒤 차량 뒷바퀴 쪽으로 걸어간다.
운전기사가 차량에 있는 밸브를 열자 악취와 함께 검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청소차 적재함에 고여 있던 쓰레기 침출수를 무단 방류하는 것이다.
최종 소각장에 있는 정화시설을 거쳐 배출해야 할 침출수를 도롯가에 흘려버린 것인데, 명백한 폐기물 관리법 위반이다.
취재기자가 다가가자 청소차 기사는 불법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쓰레기를 제대로 내놓지 않는 주민들을 탓했다.
해당 기사는 "주민들이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같이 담아서 내놓는 바람에 침출수가 많이 나온다"며 "불법인 것은 알지만 주민 의식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소차가 소속된 청소대행업체는 청소차량 기사의 개인적인 행동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A 청소대행업체 이사는 "최종 소각장에서 침출수를 배출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며 "직원 교육 등을 통해 주의를 주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청소차의 침출수 무단 방류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위탁 청소업체의 불법 행위를 관리·감독해야 할 사하구청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확인 후 적법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