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10일 오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조국 서울대 교수 등 10명의 혁신위원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같다.
김상곤 위원장은 10일 당 내·외 인사 각 5명씩 10명의 혁신위원을 발표하고 12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외부 인사로는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임미애 경북FTA특별대책위원회 위원, 정채웅 변호사이고 당 내 인사로는 우원식 의원, 박우섭 인천 남동구청장, 최인호 부산 사하갑 지역위원장, 이주환 당무혁신국 차장, 이동학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조국 교수는 당 안팎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친(親) 문(文)재인 인사이고 최인호 사하갑 위원장은 친노 인사로 분류된지 오래다.
조국 교수는 문재인 대표가 당초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한 인물로 문재인 대표와 자별한 관계다.
이동학 부위원장은 정세균 전 대표와 친분이 두터워 범친노로 분류된다고 한다.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윤창원 교수)
우원식 의원과 박우섭 인천남동구청장은 고 김근태계이나 친문재인계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내 고 김근태계 출신 의원과 당직자들 거의 모두가 '친문(文)'로 이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일한 현역 의원인 우원식 의원은 '을지로위원회'를 주도하며 새정치연합을 민생 속으로 파고들게 한 민생정치의 공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우 의원은 486운동권 출신 의원들의 '대부격'으로 당 지도부 퇴진문제 등 야당의 정치적 격변기마다 그들과 호흡을 같이했다.
최태욱 교수만 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에서는 김상곤 위원장의 구상대로 진보적 색채가 강한 인사들 위주로 혁신위를 구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당 워크숍에서 당의 정체성 재확립과 투쟁성 확보 등 당을 살리기 위한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
정체성과 투쟁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혁신위원 10명 대부분이 중도 색채를 띠거나 이념적으로 중도층이라기보다는 진보적 특색을 뚜렷이 드러낸 구성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곤 혁신위원장 또한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볼 때 진보, 좌 쪽에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경기교육감 시절 받았다.
운동권과 친노 성향 일색으로 채워졌다는 분석이 비노계의 시각이다.
중도 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친노와 운동권 출신 일색으로 구성했으며 당의 혁신을 보수 대 진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재단하려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주선 의원 측은 "비주류 쪽 인사는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노계 의원들은 당장 내부적인 반발을 보이면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정치 지형을 운동권과 친노 쪽으로 심하게 기울게 만든 게 새정치연합 문제의 발단이고 이를 수평적으로 만드는 것이 당의 혁신인데 김 위원장은 오히려 야당의 운동장을 더 기울게 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는 "그런 관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김 위원장의 혁신위 구성을 옹호했으나 비노계는 "운동권의 정체성을 강화한 인선으로 중도층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야당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진보성과 정체성이 약해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이 아니라 너무 이념적이고 투쟁적인데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갈등의 문화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혁신위 구성을 분열과 갈등을 통합적 차원에서 다루지 않고 이념적 통일성 차원으로 다루려하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결국 사단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한쪽으로 치우친 인사들이 내놓은 정당과 공천 혁신안을 비주류, 비노계가 원안대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인적 구성부터 '공평하다'는 혁신위원회가 제안할 혁신안조차도 수용하기 어려운 당 내 현실을 감안하면, '불공정한 인선'이라는 지적을 받고 출범한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발표하는 안이 제대로 채택될 가능성은 그만큼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