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밖을 쳐다보고 있다. 윤성호기자
"저를 믿어주는 환자들을 위해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달 26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365열린의원'의 정모 원장.
그는 지난 8일 메르스를 완전히 털어내고 퇴원한 뒤 오랜만에 의사 가운을 입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임시휴업을 한 지 20일 만인 14일 일요일 다시 병원 문을 연 것이다.
재개원 이틀째, 사실상 영업 첫날인 15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365열린의원'을 찾았다. 오전 9시가 넘자 환자들의 발길이 하나둘 이어졌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환자를 기다리던 간호사 등 직원들은 오랜만에 병원을 찾은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대부분은 정 원장에 대한 신뢰가 끈끈한 단골 환자들.
9년째 이 병원을 다니고 있는 송모(35) 씨는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 다른 병원에서는 단순 감기라고 했는데 이 병원의 처방을 받고 완치됐다"며 "이후로 원장님을 믿는다"고 말했다.
정 원장이 메르스에서 완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온 메르스 의심 환자도 있었다.
주부 박모(50대·여) 씨는 "지난주 금요일 기침이 나서 보건소에 갔더니 열이 없어 메르스가 아니라고 했지만 주말에도 기침이 계속됐다"며 "다른 병원은 메르스 의심 증세가 있다 하면 꺼릴 것 같아 365열린의원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이들이 있기에 용기를 내 재개원을 결정했다.
그는 "저를 믿어주는 환자분들을 위해서 문을 열게 됐다"며 "인터넷에 저를 위로해주는 글들이 많아 용기를 잃지 않았다"고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메르스 추가 감염 우려 때문에 병원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예전에 비해 뚝 끊겼다.
로비에는 2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지만 단골 환자 몇몇을 빼고 진료를 기다리는 대기환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켠에 켜진 TV에서 나오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대화만이 이 병원의 고요함을 깼다.
평소 월요일에는 130여 명, 평일에는 100여 명의 환자가 찾았지만 병원 재개원 이후 환자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런 분위기는 '365열린의원'뿐 아니라 서울의 상급 종합병원 역시 다르지 않았다.
특히 메르스 감염이나 확진 환자가 다녀간 적 없는 이른바 '청정 지역'인 일부 대학병원도 메르스 사태 이전에 비해 환자가 30% 가량 줄었다.
{RELNEWS:left}서울의 A대학병원 관계자는 "평소 월요일이면 병원 주변에 차가 심하게 밀리고 환자도 많은데 요즘 병원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다 보니 썰렁한 느낌"이라며 "메르스 사태 이후로 환자가 30% 정도 감소했다"고 토로했다.